“EBS 한국기행, 오롯이 빛나는 다섯 삶”…동굴 낙원부터 정선 골짜기까지→여름밤 울림의 순간
비슷해 보이던 여름날, ‘EBS 한국기행’은 각각의 빛깔을 가진 다섯 가지 낙원을 화면에 담았다. 윤영돈, 박지영, 대오스님, 남경희와 경연숙 부부, 그리고 유돈학, 삶의 굴곡을 노래하듯 쌓아 올린 주인공들은 어디에도 없던 자기만의 안식처에서 조용한 미소를 꽃피웠다. 동굴, 숲, 암자, 정원, 골짜기—삶의 결은 달랐지만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온기의 결은 하나였다.
첫 번째 이야기의 중심에는 전라남도 보성 한옥 마을에 15년 집념으로 동굴 낙원을 만들어낸 윤영돈 씨가 있다. 고차수와 고미술품이 늘어선 정원 속, 홀로 굴을 파내며 완성한 공간은 더위도, 번잡함도 멀리 두고 자유의 냄새만 가득 품고 있었다. 이따금 남들은 힘들다 말던 일을 기꺼이 버텼던 이유는 다름 아닌, 자기 마음이 쉴 수 있는 집 한 채에 대한 추억이었다. 거대한 굴을 등지고 웃는 그의 표정엔, 땅에 스민 시간만큼 단단한 평화가 어린다.

두 번째 밤, 전북 장수의 숲에서는 집과 터전을 잃은 뒤 여백 위에 사랑을 다시 짓는 박지영 일가의 시간이 흐른다. 스무 해를 품에 안고 4대가 함께 살아가는 집, 아이의 밝은 웃음과 아버지의 숲을 가꾸는 손길, 자연을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음성이 뒤섞여 복잡한 세상의 소음 대신 풀벌레와 열매 향이 가득한 평화를 보여준다. 가족의 역사가 서려 있는 숲의 공간은 온전히 그들만의 또 다른 낙원이 된다.
세 번째 여름 밤에는 경북 봉화의 산중 암자 각화사를 찾은 스님들의 시간이 이어진다. 여름 하안거로 분주한 절집, 선원장 대오스님과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보성스님의 모습에서, 찬란하지 않으나 깊고 차분하게 자신의 하루를 빚어내는 사람들의 뚜렷한 삶의 결이 느껴진다. 소리 없이 흐르는 산바람과 묵언 수행은 번잡한 일상과 전혀 다른 고요의 세계를 선명히 드러낸다.
또 다른 장면, 경기도 포천의 50대 부부 남경희와 경연숙은 도시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5000평 대지, 전원의 삶에 뿌리내렸다. 꽃과 나무, 동물과 작은 연못, 그리고 매일 노동과 휴식이 번갈아 흐르는 정원에는 이전엔 느껴보지 못한 행복이 조용히 자란다.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밭과 식탁, 물이 흐르는 뱃놀이 한 가운데서 스스로의 삶을 다시 써 내려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 깊은 공감이 일어난다.
마지막 낙원, 정선 수류골의 산골 흙집에 사는 유돈학 씨의 하루는 30년 전 건강을 찾고 싶었던 간절함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산이 친구가 되고, 강아지 감자와 장구 소리에 위로 받으며, 혼자여도 허전하지 않은 밤을 보낸다. 산골의 된장과 자연의 색이 밥상에 오를 때마다 계곡물 소리, 정선아리랑의 멜로디처럼 유쾌한 웃음이 자연스럽게 번진다.
굴을 파며, 숲을 가꾸고, 암자를 울리고, 정원을 일구며, 골짜기의 진짜 삶을 받아들인 다섯 주인공. 이들의 공통점은 각자만의 소리와 리듬을 가진다. 일상에 깃든 작은 기쁨, 자신에게 허락한 행복의 무게를 노래하며, 스스로의 방식으로 여름밤을 살아낸다. ‘EBS 한국기행’ 818편은 8월 18일부터 22일까지, 매일 밤 9시 35분을 그 다섯 빛깔 낙원의 이야기로 물들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