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군 초계기 7분 만에 추락”…P-3C 항공사고, 조종사 4명 모두 숨져→안전성 논란
맑고 평온한 오후, 경북 포항의 하늘을 가르던 해군 초계기 한 대가 돌연 야산에 내리꽂혔다. 5월 29일 오후 1시 50분께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인근. 훈련 임무를 띠고 출격한 해군 항공사령부 소속 P-3C 해상초계기는 이륙 7분 만에 불길과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기장 A 소령을 비롯한 장교 2명과 부사관 2명, 총 4명의 승조원은 잿더미로 변한 현장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의 화염과 파편, 그리고 미처 전하지 못한 목소리들만이 남았다. 갑작스런 사고는 해군 항공기 운영체계와 안전 의식에 질문을 던진다.
사고의 단초는 오후 1시 43분, 훈련을 위해 포항기지를 이륙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센 굉음이 야산을 덮치고, 눈앞에 번진 거대한 화염. 한 주민의 목격담은 “비행기가 떨어지자 곧 큰 불길이 올라왔다”고 짧게 남았다. 해당 초계기는 연료를 가득 싣고 있었던 탓에 충돌 직후 거센 폭발이 이어졌다. 초계기가 추락한 지점은 기지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인근에서는 비교적 신속하게 시신 수습과 동체 확인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부 시신은 심하게 훼손돼 실종자 1명의 신원 확인까지 오후 늦게야 가능했다.

이 사고로, 국내에 8대가 배치된 P-3C 해상초계기의 구조적 한계와 위험성도 다시 주목받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P-3C는 전투기와 달리 자력 탈출 기능이 없어, 사고 시 조종사들의 생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군 항공운용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성 점검 과제도 급부상하고 있다.
해군과 경찰은 사고 현장에 즉각 합동조사팀을 편성해, 기체 잔해와 블랙박스 회수 등 정밀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앞으로 기체 구조, 훈련 방식, 인적 요인 등 사고의 본질적 원인을 들여다보려는 움직임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장 수습을 마친 뒤, 숨진 4명의 군인은 해군 군의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참변 앞에 남겨진 질문은 무겁다. 전력 운영과 인간의 생명, 구조적 안전 사이에서 무엇이 우선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재발 방지와 제도적 보완 논의가 예고되는 가운데,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희생자들의 헌신과 애도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