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훈련비로 TV·로봇청소기 취득”…권익위, 9개 공공기관 21억원 부당 집행 적발
공공기관 교육훈련비 집행을 둘러싼 관리 부실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9개 주요 공공기관 소속 1천805명의 임직원이 교육훈련비로 개인용 전자제품을 구매한 사실을 2일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 규모는 5년간 21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훈련비 부적정 집행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예산 편성·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교육훈련비 집행이 의심된 10개 기관을 집중 조사한 결과, 9개 기관의 임직원들이 노트북, 헤어드라이어, 태블릿PC, 스마트워치, TV, 로봇청소기 등 11종의 전자제품을 교육 콘텐츠와 묶음 판매 방식으로 구매한 뒤 교육훈련비로 비용을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 직원은 5년간 10차례에 걸쳐 다양한 전자제품을 취득하며 총 853만원을 지원받았다.

교육훈련비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교육 및 연수 목적에 한해 사용토록 배정된 예산이지만, 일부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연계된 묶음 판매 방식을 활용해 임직원들이 사실상 개인 자산 취득에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 임직원 대상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구매 희망 전자기기를 접수, 콘텐츠와 함께 묶어 팔아 전자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부 기관에선 임직원이 어학자격시험 또는 각종 자격증 시험에 접수만 하고 실제 응시하지 않았음에도 응시료를 교육훈련비로 지원받거나, 접수 후 환불금을 챙긴 사례마저 적발됐다. 일부 기관은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까지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침을 어기고 교육훈련비와 복리후생비 성격이 혼재된 유사 예산을 편성, 전자제품 구입을 우회 지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사안에 대해 국고 낭비를 초래한 구조적 허점을 지적하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감독기관의 예방적 점검 필요성과 함께, 관리·감독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적발된 기관에 즉시 부당 집행액 환수, 전자제품 구매 중단, 내부 제재 규정 마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집행내역을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하지 않은 2개 기관에 대해서는 감사 등 추가 조치를 상급 감독기관에 통보했다.
이번 적발로 인해 공공기관 예산 집행의 투명성·책임성 강화 필요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됐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제도 개선 및 재발 방지 대책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향후 상시 점검·감독 체계 정비를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