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더리움 급락에도 매집 신호”…암호화폐 시장 변동성 확대, 장기 전망은 긍정적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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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5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더리움(Ethereum)의 가격이 48시간 만에 16% 가까이 급락하는 기록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미국(USA)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함께 주요 대형주 하락, ETF 자금 유출 등이 겹치면서 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번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 투자자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복합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더리움은 현지 시간으로 5일 장중 3,303달러까지 하락하며, 200일 지수이동평균선(3,601달러)을 7월 이후 처음 하회했다. 비트코인(BTC) 역시 심리적 지지선인 10만 달러를 잃었다. 이 같은 조정 배경에는 연준의 12월 금리인하 기대치가 96%에서 69.3%로 급락한 점과, 나스닥100의 동반 하락(−2%) 등 거시 변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엔비디아(Nvidia) 시가총액 하루새 2,000억 달러 증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블랙록·ARK인베스트·피델리티 주도의 11억5천만 달러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위험회피 움직임이 확산됐다.

이더리움 급락에도 온체인 데이터 ‘매집 국면’ 신호…장기 전망은 여전
이더리움 급락에도 온체인 데이터 ‘매집 국면’ 신호…장기 전망은 여전

기술적 관점에서 이더리움은 단기적으로 3,175달러 하단 지지선이 추가 붕괴되는지 주목받는다. 이에 따라 2,760~2,650달러 추가 하락이 예고되나, 일간 종가 3,400달러 회복시 단기 반등 가능성도 언급된다. RSI(상대강도지수)는 33을 기록해 과매도 구간에서 벗어나고 있으나, MACD 등 모멘텀 지표는 여전히 하락 추세다.

 

반면 온체인 데이터상으로는 ‘항복 후 매집’ 단계가 본격화된 모습이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이더리움 선물 미결제약정이 19% 급감(380억 달러)해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에 따른 시장 ‘디레버리징’ 과정이 확인된다. 글래스노드(Glassnode)의 SOPR 지표는 1.0 아래(0.97)로 떨어졌고, 이는 투자자들이 평균 매입가 대비 손실 구간 매도를 단행했음을 뜻한다. 과거 사례상 SOPR이 1.0 미만으로 하락한 뒤 대규모 저가 매집이 이뤄졌다. 이더리움의 수익 상태 보유량도 단시일 내 32% 감소해 단기 매도압력이 감소하고, 장기 보유자 중심의 매집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 주요 ‘고래(whale)’ 계좌들의 대규모 매도세(약 30억 달러)가 포착됐지만, 이후 투자자금 유입세가 안정되고 있다. 펀드스트랫(Fundstrat) 톰 리(Tom Lee) 등 전문가들도 “하락 중인 이더리움은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매수기회”라면서, 2025년 말 1만6천 달러까지의 상승을 전망했다. 이더리움의 펀더멘털 또한 탄탄하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60% 이상(약 1,470억 달러)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지니어스법(Genius Act)’ 통과 등으로 달러 연동 자산의 규제 명확성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이더리움은 출시 이래 단 한 차례의 네트워크 중단도 없었다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 신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또 하나, 미국 주식시장의 인공지능(AI) 관련주 조정도 작용했다.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등이 동반 하락하는 사이 나스닥과 이더리움의 상관계수(0.72)에 힘입어 암호자산과 기술주의 교차 변동성이 커졌다. 이러한 ‘교차자산 디레버리징’ 현상은 변동성 진정 이후 시장 반등 신호로 활용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더리움 하락은 거시경제 불안 및 레버리지 청산에서 기인하지만 온체인 데이터와 구조적 지표에서는 ‘붕괴’가 아니라 시장 세정(洗淨) 효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장기 관점의 투자 기회가 여전하다는 진단과 함께, 투자자들에게는 단기 반등 기대에 경계심을 갖고 분석 기반의 의사결정과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다. 현재 시장은 내재가치보다 심리에 좌우되는 흐름이 강하며, 가격 저점 탐색 과정에서 변동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향후 암호화폐 시장 신뢰 회복과 구조 변화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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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제롬파월#온체인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