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 연기”…조현 장관 “미국 부처 최종 조율 지연”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결과를 담을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가 예정보다 지연되며 외교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시간 6일, 외교 및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개최한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곧바로 합의 내용을 설명할 자료를 내놓기로 했으나, 일주일이 넘게 정식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김용범 정책실장은 “양국 간 세부 합의 내용은 거의 마무리됐다”며 “팩트시트는 관세 및 안보 항목을 포함해 2~3일 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 또한 같은 이유로 미공개된 상황이다. 정상 간의 합의가 세부 문서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위 문서 발표가 불가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한미 간 팩트시트 문안을 두고 실질적 줄다리기보다는 미국 측 내부적으로 중요 사안을 최종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안보 분야 합의 중 하나인 재래식 무장 원자력추진잠수함(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미국 외교·안보부처와 에너지부 간 이견 조율이 핵심 지연 요인으로 꼽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미 국무부로부터 받은 전갈은 ‘조금 더 기다려달라’였다”며 “한국이 늑장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 부처 간 협의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비 증액, 농축·재처리 문제 등 여러 안보 현안과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인하 관련 연방관보 게시 문제도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는 “한국이 관세 인하 게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또한 5일 국회에서 “원잠(핵추진잠수함)과 여러 협정, 기타 현안에 대해 미국 내 여러 부처가 논의 중이라 팩트시트 공개가 지연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측이 핵잠 연료 공급 등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약속을 할지 부처별 이견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과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선 “팩트시트 발표 지연은 양국 신뢰와 실무 협상의 민감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편 조 장관은 “미국 측 부처 간 최종 확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황 진전을 신중하게 내다봤다. 미국 국무부의 최종 검토가 완료되면, 한미 간 추가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합의 후속 이행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간 첨예한 협의가 지속되는 만큼, 관련 팩트시트 및 안보협의회 성명 공개 일정은 당분간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