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애경, 제주에 남은 상처와 눈물”…왕빠의 미소→가족사진 한 장이 바꾼 운명
경기도 일산 세무사 사무실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애경의 얼굴은 언제나 두껍고 단단한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 속에는 삶의 무게와 가족을 지켜온 지난 세월의 상처가 깊이 묻혀 있었다. 네 남매를 언덕 삼아 살아온 맏언니 애경과 동생들이 엮어가는 ‘인간극장’의 이야기는, 가난과 결핍 위에 쌓아 올린 참된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묻는다.
어린 시절 제주도의 작은 집에서 시작된 애경의 인생은 어머니의 등짐, 아버지의 폭력, 아이 같은 동생 미경의 손 그 하나를 붙잡고 희망을 버티던 사연으로 얼룩졌다. 제삿날이 오면 과거의 기억이 촘촘하게 떠오르고, 냉랭했던 가족의 자리마다 애경이 지켜야만 했던 책임은 마흔을 넘긴 현재까지 이어졌다. 남매들은 누구 하나 자기 삶을 오롯이 껴안지 못한 채, 여전히 한 지붕 무게 속에 머문다. 애경은 갑상샘암과 연이어 닥친 수술, 부러진 십자인대 앞에서도 가족의 중심을 놓지 못했다.

제사가 끝난 긴 밤, 어머니와 오가는 날선 말투 속에 남은 앙금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하지만 작고 마른 어머니의 등과, 오랜만에 동생들과 함께한 따뜻한 저녁상 앞에서는 문득 흘러간 시간이 아프도록 가까워졌다. 미경이 부엌살림을 맡은 여름 이후, 막내 대권이 든든히 세무사 길을 걷게 되면서 애경의 어깨 역시 아주 조금은 가벼워졌다.
생전에 단 한 장도 없었던 가족사진은 모두를 웃게 만든 순간이었다. 찜질방에서 양 머리를 쓴 남매들과 식혜 한 모금 나누던 기억, 강아지들이도 함께한 그날의 사진 한 장, 그리고 대권의 편지와 꽃다발 앞에서 애경이 흘린 눈물은 오래된 상처 위에 ‘가족’이라는 명확한 색을 입혔다.
남매들은 이제 더는 언니가 짐을 혼자 지지 않길 바라며, ‘이기주의자로 살아달라’는 당부를 전한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 온 맏이의 지난 시간이, 이제는 스스로를 위한 온기로 남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이다. 끝없이 내리막 같던 인생의 흐름 속에서도, 애경은 동생들의 위로에 안겨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시작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4남매의 기록은, KBS1 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통해 시청자 곁에 전해진다. 이번 회차는 6월 12일 수요일 아침 7시 50분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