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별, 추락의 단면”…사격 유망주, 성추행 논란→징계 여진
숨죽인 운동장에 어둠이 드리울 때, 하나의 목소리가 무거운 진동을 남겼다. 서울 H고등학교 사격부에서 발생한 동성 선후배 간 괴롭힘과 성추행 사건은 치유받지 못한 상처를 세상 밖으로 밀어올렸다. 꺾인 꿈만큼이나 가라앉은 시간을 통과한 피해자는 결국 학교와 종목을 떠났고, 주인공이던 사격 유망주 A 군은 징계라는 무게를 안았다.
2023년 봄, 1학년 B 군은 고교 사격부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2학년 선배 A 군에게 반복된 언어폭력과 신체 접촉, 또래에겐 상상하기 힘든 강요를 겪었다고 진술했다. 특히 지난해 5월 대회 기간, 합숙소에서 A 군은 B 군 신체에 물을 뿌리고 상의를 탈의시키는 상황을 연출했으며,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영상 속 B 군은 촬영 중단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B 군은 마침내 사격을 포기하고, 학교까지 바꿔야 했다.

사건은 2023년 7월, 스포츠윤리센터에 접수돼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가해자로 지목된 A 군은 “동생을 챙기느라 장난을 쳤다”며 친근함을 내세웠지만, B 군은 일상적 욕설과 수치심을 동반한 괴롭힘, 충분치 않은 사과를 반복해서 겪었다고 맞섰다. 무엇보다 “신체 접촉 후 선배가 경기력 향상을 운운했다”는 진술에서, 선후배 사이 권력구조의 민낯이 드러났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4월 A 군에게 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사격연맹은 “피해자가 수치심을 경험했고, 신체적·정신적 강요가 선후배 위치를 이용해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편 일부 위원들은 더 강도 높은 징계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아직 가치관이 온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수위가 조정됐다.
징계 결과에 A 군과 가족은 반발했다. 서울시체육회에 재심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과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반대편 B 군은 “괴롭힘과 성추행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라 밝히며, 법적으로 징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논란의 파장은 학교 체육계를 넘어 선수 인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사격연맹과 윤리 관련 기관은 “앞으로 선수 인권 보호와 예방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대책 마련에 무게를 더했다. 최종 판결의 향방에 따라 학교 스포츠 현장의 인권교육과 시스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다가올 재심과 법원 결정 앞에서, 체육계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자유롭고 안전한 성장, 그 당연한 권리가 존중받는 운동장 안 풍경. 사격 유망주의 추락 너머 남겨진 사회적 여운은 긴 시간 현장에 머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