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재석 씨 가족”…파란 바다 속 부성애 눈물→작은 희망이 집이 되다
잔잔한 파도가 감도는 충남의 바닷가, 그곳에서도 평온한 하루란 언제나 보장되지 않는다. ‘동행’의 화면 너머로 비친 재석 씨 가족의 하루는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반복하며 차츰 굳어진 용기와, 두 아들 강이와 산이 사이에 움튼 작고 단단한 희망의 서사로 채워졌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부재한 순간마다, 재석 씨는 더욱 굳게 두 아들의 곁에 남았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바다를 삶터로 삼으며 애써온 재석 씨에게 아내의 투병과 사별은 깊은 상처로 남았다. 생업조차 내려놓고 곁을 지켰지만, 아내는 어린 두 아들만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고, 급기야 연로한 어머니마저도 병환으로 재석 씨 가족의 곁을 떠났다. 가족을 잃고 남겨진 셋, 이마저도 버겁게 느껴지던 순간들에도 아버지는 두 아들을 손에 꼭 쥐고 무너질 듯한 시간을 견뎠다.

직접 배를 타며 아내와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웠고, 첫째 강이는 점점 엄마의 역할까지 감당하며 동생 산이를 돌봤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산이의 돌봄은 강이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아빠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는 서로에게 새로운 힘이 됐다. 강이는 엄마를 떠올리며 그리움을 그림에 담았고, 말 한마디도 아빠가 상처받지 않도록 토닥이며 어느새 가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냈다.
보통의 가족과는 거리가 먼 상실과 변화의 연속이었지만, 세 사람만의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법과 살아가는 마음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다. 재석 씨는 아버지이자 어머니 역할까지 기꺼이 감당하며, 사랑의 무게를 어깨에 올렸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눈빛엔 점차 따뜻한 신뢰가 깃들었다. 밤이면 다시 그리워지는 엄마의 이름, 하지만 곁에 있는 손길만으로도 가족은 또 하루를 버텼다.
낮게 출렁이는 바다처럼, 그들의 하루도 파도 같았다. 화면은 새벽 바다로 나서는 아버지의 뒷모습, 엄마 품이 그리워 스케치북을 끌어안은 강이, 동생을 다독이며 어른이 돼가는 아이의 표정까지 온기 있게 담아냈다. ‘동행’은 세 가족이 서로를 일으키며 세운, 집이라는 이름의 희망을 가만히 비춘다.
KBS 1TV ‘동행–강산을 품은 아빠의 바다’는 9월 6일 토요일 오후 6시에 방송되며, 가족이 견뎌낸 상실과 인간미 넘치는 회복의 순간을 차분하게 그려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