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김승주, 강릉은 비명만 남았다”…생방송 오늘 아침, 재난 속 공동체→붕괴 어디까지
엔터

“김승주, 강릉은 비명만 남았다”…생방송 오늘 아침, 재난 속 공동체→붕괴 어디까지

조수빈 기자
입력

맑고 평온해 보이던 동네가 김승주가 카메라 앞에 선 순간부터 가쁜 숨결로 채워졌다. 적막이 깃든 강릉의 골목마다 삶을 삼키는 재난의 낌새는 바람결처럼 스며들었고, 점점 깊어지는 주민 불안은 짙은 침묵 아래에서 속절없이 내려앉았다. ‘생방송 오늘 아침’은 위태롭게 균형을 잃은 주민들의 일상, 곳곳에 흔적으로 남은 가뭄의 참상을 고스란히 따라갔다.

 

오봉 저수지의 수위가 14% 아래로 급락한 강릉의 한 정수장, 수십 대 소방차가 분주하게 물을 퍼 나르고, 저수율만큼이나 암담한 주민들의 표정이 스쳐지나간다. 연이은 마른장마와 피서철의 겹친 파도가 마을을 붙잡던 경제마저 바닥까지 흔들었으며, 건조한 논밭에서 울던 농업인의 한숨은 흙먼지에 실려 메아리쳤다. 급수 제한은 도시의 빠른 흐름까지 멈추게 했고, 공공시설은 굳게 닫힌 채 불안이 켜켜이 쌓여만 갔다.

“최악의 가뭄이 뒤흔든 일상”…‘생방송 오늘 아침’ 김승주, 재난 현장→공동체 위기 심층 추적 / MBC
“최악의 가뭄이 뒤흔든 일상”…‘생방송 오늘 아침’ 김승주, 재난 현장→공동체 위기 심층 추적 / MBC

방송은 격해지는 현장 시민의 분노와, 지자체의 다급한 대처로 얽힌 풍경을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짧게는 급수제한으로 인한 소소한 불편에서부터, 길게는 지역 공동체 위기라는 거대한 불안까지, 하나의 사안이 도미노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

 

한편 방송은 이어 사회 저변을 흔드는 범죄의 그림자도 빼놓지 않았다. 전국을 강타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적이고 표적화된 새로운 수법에 무방비로 노출된 시민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피해금과 구제되지 않는 상처가 치밀하게 포착됐다. 금융권 책임론과 정부의 ‘무과실 배상제’ 논란, 전화번호 착신변경을 이용한 교묘한 사기 수법까지, 방송은 전문 조언과 현장 상황을 통해 현실의 위협을 이야기했다.

 

실패와 절망 끝에 선택한 귀농, 그리고 희망의 파란색 잎을 틔운 박홍남의 이야기도 잔잔하게 울림을 남겼다. 시행착오와 가족의 격려, 두려움 끝에 3천 주의 블루베리 밭을 일군 그는 지역사회의 밝은 등대가 됐다. 직접 간판을 걸고, 체험과 강의로 마을에 활기를 띄우는 모습은, 실패 뒤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힘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전했다.

 

여기에 대형 예산이 투입되고도 방치된 평창군의 에코랜드와 서천군의 복지관 사례까지, 주민들의 분노와 행정의 뒤늦은 개선 의지가 맞부딪쳤다. 조경, 설비, 기획의 구조적 허점에 혈세마저 낭비된 현실, 그리고 반복되는 행정 실패 앞에 지역별로 쌓이는 주민 상실감이 또렷하게 그려졌다.

 

물리적 재난과 경제적·사회적 위기, 그리고 그 안에 머문 작고 끈질긴 생의 온기. ‘생방송 오늘 아침’은 9월 4일 아침, 대한민국 골목골목에서 새어 나오는 생의 목소리와 둔중한 현실을 깊이 있게 비췄다.

조수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승주#생방송오늘아침#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