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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등 졸업의 순간”…루시 리, LPGA 무대와 유펜 학사모→스포츠·지성 아우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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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등 졸업의 순간”…루시 리, LPGA 무대와 유펜 학사모→스포츠·지성 아우른 도전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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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는 풋풋한 미소와 당찬 눈빛 사이에서 종종 질문을 받았다. 골프채와 책가방, 두 개의 세계를 꿈으로 삼은 날들이 이어졌다. 루시 리가 아이비리그의 자부심을 품고 학사모를 쓴 순간, 그 미소에는 치열했던 두 시절의 무게와 깊이가 어른거렸다.

 

6일(한국시간), 루시 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데이터 분석 및 심리학 학사 학위를 품에 안았다. 세계랭킹 78위, LPGA 투어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너무나 자랑스럽게도 학위를 수여받았다”고 털어놨다. 미국 동부 8개 명문대학이 속한 아이비리그 출신 프로 골프 선수라는 상징성은 무엇보다 값지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는 선수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는 엄격한 학업 기준으로 유명해, 프로와 학문을 모두 놓치지 않은 리의 졸업은 이례적 기록으로 남는다.

“최우등 졸업 달성”…루시 리, LPGA 투어 병행→아이비리그 유펜 졸업 / 연합뉴스
“최우등 졸업 달성”…루시 리, LPGA 투어 병행→아이비리그 유펜 졸업 / 연합뉴스

이처럼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 아이비리그를 완주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셸 위, 로즈 장, 앨리슨 리가 명문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병행하기는 했으나, 아이비리그 졸업장을 품은 것은 유독 낯선 이정표다. 리는 이미 10세 US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11세 US 여자오픈 등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2023년 LPGA에 입성했던 그는 신인 시즌 투어 카드를 잃은 뒤 2024년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재도전해 투어에 다시 올랐다. 그가 남긴 최고 기록은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준우승이다.

 

경기장과 강의실을 오가던 시련의 날들 속에서, 그가 쌓아 올린 것은 대회 트로피는 아니었다. 학점 평균 4.0, 최우등 졸업. 성적은 투어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학문적 성취만큼은 빛났다. 루시 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선수 경력이 다소 지연됐으나 한편으론 대학 교육에 집중할 값진 기회를 얻었다”고 돌아봤다. “왜 골퍼로서 이런 도전을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나는 학구적이고 자기 계발을 갈망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호기심과 배움이 운동뿐 아니라 삶 전체의 원동력”이라며, 졸업 소회 속엔 “대학에서는 흥미롭지만 때로는 쓸모없는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는 특유의 유쾌한 농담도 곁들였다.

 

강단과 필드, 두 공간을 누비며 보여준 집념의 시간은 투어 속에서도 이어진다. 루시 리는 졸업의 여운을 안고 7일부터 열리는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출전 준비에 나선다. 투어 복귀와 최우등 졸업, 결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도전이 한 가족의 환호와 함께 만나는 순간, 그의 앞길에도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진다.

 

서늘한 아침, 대학 캠퍼스에 여운이 남듯 필드에도 바람이 깃든다. 종종 겹쳐지지 않을 것 같던 두 길을 충실히 걸어낸 루시 리의 기록은 스포츠에서 인생, 그리고 배움의 의미까지 다시 비춰준다. 루시 리의 특별한 졸업 이야기는 오는 7일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새로운 챕터로 잇게 된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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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리#lpga#유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