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첫 주재·한미 정상회담은 미정”…이재명 대통령, 뉴욕 순방 외교력 시험대
외교 무대를 둘러싼 수 싸움이 치열해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미국 측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재차 외교력을 겨루게 됐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 제80차 유엔총회 참석과 비공식 양자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순방 일정을 소개하면서 이번 미국 방문이 한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고 강조했다.

도착 첫날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와 인공지능, 에너지전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미국 상·하원 의원단과도 만난다. 이후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우리 정부의 외교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위 실장은 전했다. 인류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대의 아래 한국의 국제사회 기여 방안이 제시될 전망이다.
특히 24일에는 현재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이 대통령이 ‘모두의 AI’를 주제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는 공개토의를 직접 이끈다. 한국 정상의 안보리 공개토의 주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회담 수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기류가 읽힌다. 위성락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며, 약식회담 개최 여부도 즉답을 피했다. 최근 현지 정치 상황과 한미관세 협상 이슈가 변수로 남은 가운데 “관세협상은 각료 및 실무자급에서 계속 조율해야 할 사안이며, 정상 간 논의는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순방에 대미 협상팀이 동행하지 않는 배경도 거기에 있다.
한편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 재추진 가능성이 거론됐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근래에도 회담한 바 있고, 경주 APEC 회담에서 재회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 그리고 중국·일본 등 다른 주변국 정상과의 외교 일정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 일정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프랑스·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체코·폴란드 정상들과도 협력 논의에 나선다. 또 월가 금융계 인사 및 한국 기업인들과 함께하는 투자 서밋 IR 행사가 예정돼 있으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동행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다자외교 현장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 의제를 주도할 수 있을지, 한미·한중·한일 관계 재정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내외 여론 역시 “메가 이벤트를 국제적 리더십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한국 정상으로서 최초의 유엔 안보리 공개토의 주재와 함께, 10월 APEC 정상회의 등 후속 외교 일정을 차질 없이 준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