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 투자, 매출 대비 고작 0.1%”…AI 신기술 확산에도 국내 기업 소극적 행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보보호 투자가 2023년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0.1%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AI와 같은 첨단 신기술 투자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도 정보보안 투자는 정체된 채, 경제 전반의 보안체계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7월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공시 기준 최근 3년 연속 정보보호 투자를 이행한 585개 기업의 2023년 정보보호 투자액은 2조2,401억 원으로, 전년(1조7,741억 원) 대비 28.4%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 대비 정보보호 투자 비율은 2022년 0.1%(1,734조4,379억 원), 2023년 0.12%(1,686조9,952억 원), 2024년 0.13%(1,787조3,174억 원)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IT 전체 투자액은 꾸준히 증가해 2021년 28조7,949억 원, 2022년 33조463억 원, 2023년 36조1,091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IT 투자에서 정보보호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6.1%, 6.0%, 6.2%로 매년 6% 안팎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AI, 로봇, 빅데이터 등 신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정보보호에는 소극적인 국내 기업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2023년 정보보호 투자액이 1,000억 원을 넘는 기업은 ‘삼성전자’(3,562억 원)와 ‘KT’(1,250억 원) 두 곳뿐이었다. 이어 쿠팡 861억 원, LG유플러스 828억 원, SK텔레콤과 삼성SDS 각각 652억 원, SK하이닉스 622억 원, 네이버 553억 원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1,000억 원 미만 수준이었다.
특히 대규모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과 통신 업계의 정보보호 투자 비중도 평균 이하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플랫폼 3사(네이버·카카오·네이버클라우드)의 IT 투자 대비 정보보호 비율은 각각 3.5%, 4.5%, 5.1%에 그쳤으며, 전체 조사기업 평균(6.2%)보다 낮았다. 최근 유심 해킹 사고를 겪은 SK텔레콤의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4.2%로 통신 3사 중 가장 낮았고, KT는 6.3%, LG유플러스는 7.4%로 집계됐다.
SK텔레콤 측은 “유선사업 분사 이후 유무선 합산 정보보호 투자액은 933억 원으로, 전체 조사 기업 3위 수준”이라며 “앞으로 5년간 7,000억 원을 투입해 업계 최고 수준의 보안 역량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AI 등 첨단 IT 투자가 확대되는 환경에서도 정체된 정보보호 투자 비율은 향후 전사 차원의 투자 확대와 체계적 보안 체계 구축 필요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증하는 신기술 도입과 데이터 활용 환경에서 정보보호 투자 확대 없이는 금융·유통·플랫폼 등 국가경제 전반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국내 기업들의 보안 투자와 제도 변화가 정보보호 역량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