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지침, 경계 없이 가로지른 심연”…4면 무대 젠더프리 법정극의 새 질문→관객 몰입 폭발
깊은 침묵 속에서 배우의 한 마디가 귓가를 울렸고, 객석 곳곳에서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했다. 연극 ‘보도지침’은 이번 시즌 전면적인 젠더프리 캐스팅과 관객이 무대의 사방을 둘러싸는 입체적 4면 무대로, 공연 예술의 진정한 몰입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배우와 관객이 나누는 숨결, 그 바로 곁에서 튀는 감정의 파편이 실시간으로 공간을 채우며, 언론 통제의 실상을 다룬 거침없는 법정극 속에서 한층 깊어진 여운과 생동감을 전한다.
연극 ‘보도지침’은 1986년 실제 언론인이었던 김주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 무대로, 매 시즌 깊은 화두를 던져왔다. 이번 여섯 번째 시즌에서 작품은 익숙한 캐릭터 해석의 틀을 깨고,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젠더프리 캐스팅을 과감히 도입했다. 이로써 배우들은 각자가 가진 고유한 해석과 내면을 극에 드러내며, 진실을 향한 갈등과 메시지 자체가 극의 중심에 놓였다. 신윤지, 황두현, 임찬민이 김주혁 기자 역을, 이강욱, 윤철주, 김려은이 편집장 김정배 역을 맡고, 황승욱 변호인에는 김세환, 조모세, 김서연이 캐스팅됐다. 그 외에도 수사와 판결을 이끄는 최돈결 검사와 송원달 판사 등 주·조연 배우들 역시 다양한 경계를 허물었다.

연극의 무대 구성 또한 대담한 변화를 시도한다. 모든 배역과 대사를 마주하는 네 방향의 객석은, 좌석 위치에 따라 극의 흐름이 각기 다르게 펼쳐지는 독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진 4면 구성은, 그 현장의 공기마저 즉각적으로 공유하게 하며, 언론 자유와 사회 정의의 무게를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지난해 폐쇄적인 한계에 질문을 던진 영상 공개 이후, 현장에서 직접 만나게 된 그 에너지는 관객의 감정선마저 재배치했다.
이번 ‘보도지침’은 할리퀸크리에이션즈가 네버엔딩플레이와 함께 마련한 예술 프로젝트 ‘도트 프로젝트’의 첫 번째 무대이기도 하다. 기존 법정극의 무거움을 유지하되, 젠더와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으며 예술이 던지는 궁극의 질문을 다시금 새롭게 확장한다.
연극 ‘보도지침’은 7월 5일 서울숲 씨어터 1관에서 첫 무대를 올리며, 8월 17일까지 변화된 젠더프리 캐스팅과 4면 무대가 완성하는 새로운 법정극의 현장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