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조직 신설 러시”…제약바이오, 미래경쟁력 확보에 속도
제약바이오 산업에 강도 높은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는 AI 신기술과 규제 변화, 신약개발 역량 제고 등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핵심 전담조직 신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 육성 기조와 맞물린 전담조직 구축은 향후 산업 내 경쟁구도 재편의 중심으로 부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기업별로 미래 생존력을 좌우하는 ‘경쟁력 격차’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3월, 바이오연구소 산하에 ‘AI Lab(AI랩)’을 신설했다. 김진한 상무를 조직 책임자로 영입하면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품질관리 등 후방 운영 지원에 한정됐던 AI 적용 범위를 생산공정 등 전사 영역으로 넓힌다는 청사진이다. AI랩은 실시간 바이오리액터 내 세포 성장 변수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중심으로, 공정 데이터 체계화·모델 도출·생산성 최적화 등 AI기반 스마트 CDMO 플랫폼 구현을 추진한다. 관계자는 “공정관리, 품질, 운영관리 전반에 AI를 녹여 생산 효율과 고객 만족도를 한층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이앤피메디도 최근 규제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컴플라이언스 서비스 전담조직’을 출범했다. 신설팀은 약사법·의료기기법 등 산업 특화 규범을 준수하면서, 법적 리스크 예방과 보고 체계구축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의 이재현 실장과 화이자 출신의 품질책임자가 핵심 인력으로 참여했다. 제이앤피메디는 실제 규제기관 제출 수준의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는 실무 솔루션 제공에 주력하며, 바이오기업 준법경영 인프라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연구개발(R&D) 조직의 대대적 개편 사례도 나온다. 이엔셀은 기존 CDMO 체계를 신약개발본부와 기술사업본부로 이원화하고, 각 본부 내에 면역세포·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세부 전담팀을 신설했다. 신약개발 조직은 현재 샤르코마리투스병 대상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EN001)을 비롯해 고객 맞춤형 파이프라인 확충과 신약개발 주도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 57억원 규모의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 유전자치료제 CDMO 계약 체결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전담조직 체제 전환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 내 경쟁 심화와 규제·윤리경영 강화 기조가 맞물려 있다. 미국·유럽 선진 기업들도 AI연구소 설립,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 강화, R&D 전문화 등을 통한 산업재편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전담조직 신설 이후 실제 기술 내재화 및 프로세스 개혁 여부가 장기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꼽는다.
업계는 앞으로도 조직 개편과 핵심 신설팀 주도 하에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규제·기술 트렌드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번 혁신 바람이 바이오기업 시장 안착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