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메이저 연속 톱10”…최혜진, US여자오픈 선전→한국 선수 최고 성적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로지른 경기장의 긴장감 속에서 최혜진은 단단한 표정으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다. 매 홀마다 깊은 호흡과 흔들림 없는 스윙으로 경기를 주도했고, 라운드가 끝날 무렵에는 오롯이 자신의 이름에 박수를 보내는 팬들이 있었다. 올 시즌 두 개의 메이저 대회 모두에서 '톱10'의 벽을 넘은 최혜진의 도전은 많은 골프팬에게 새로운 감동을 남겼다.
제80회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는 2일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 힐스에서 열렸다. 최혜진은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작성, 최종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이번 성적으로 그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앞서 4월 셰브론 챔피언십 공동 9위에 이어, 올해 열린 두 차례 LPGA 메이저 무대에서 모두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경기 중반, 최혜진은 2라운드까지 무난한 흐름을 이어가다 3라운드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다시 집중력을 회복하며 리더보드 상위권으로 복귀했다.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7년 준우승, 2022년 3위에 이어 올해에도 US여자오픈에서 강세를 이어가는 흐름을 증명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혜진은 "어제는 그린 스피드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늘은 마음을 바꿔 보다 편하게 임했다. 날씨도 좋아진 만큼 마지막 라운드는 골프 자체를 즐기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메이저 무대에서 두 번 연속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경험이 큰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고진영과 LPGA 신인 윤이나는 공동 16위(이븐파 288타)를 기록했다. 특히 윤이나는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2개를 터뜨리며 3라운드 공동 41위에서 단숨에 상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윤이나는 "LPGA에서 두 번째로 톱20에 들게 돼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혜진은 "현재 경기 감각을 이어가 앞으로 남은 메이저 대회에서도 지금과 같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US여자오픈 최종 순위는 일부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나, 그의 '2개 메이저 연속 톱10' 행진은 이미 이번 시즌 한국 골프에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게 됐다.
고요한 새벽, 깃털처럼 가벼운 공이 퍼트라인을 타고 구를 때, 선수의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이 번진다. 그런 순간마다 쌓인 시간과 노력, 스스로와의 싸움이 고요하게 빛난다. LPGA 메이저 무대에서 최혜진의 다음 도전은 오는 7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