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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감량과 근육 증가 동시 구현”…한미약품, 비만 혁신신약 임상 1상 美 승인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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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증가와 지방 감량의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는 신개념 비만 혁신신약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 후보 'HM17321'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진입을 승인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기존 체중감량제 경쟁의 분수령', 그리고 글로벌 비만 신약 시장 재편의 신호로 보고 있다.

 

이번에 임상 1상에 돌입하는 HM17321은 한미약품이 자체 R&D 역량을 집약해 설계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비만 혁신 신약이다. 4일(현지시간) FDA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했으며, 건강한 성인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특성 등이 평가될 예정이다. 기존 GLP-1(Glucagon-like peptide-1) 유사체와 달리, HM17321은 스트레스 반응과 회복에 관여하는 CRF2(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receptor 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UCN2 유사체로 개발됐다.

기존 비만 치료제는 체중 감량에 집중하면서 부작용으로 근 손실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HM17321은 CRF family 신호전달체계의 구조를 인공지능 기반 모델링으로 분석, 지방 조직만 선별적으로 감량하는 동시에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조절을 구현했다. 실제로 병용요법에서도 기존 인크레틴 계열 치료제 대비, 체중감량 효능이 양적·질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펩타이드 기반 약물 설계로 투여 편의성, 비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점도 주목된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GLP-1 유사체 중심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경쟁 중이다. 노보노디스크·릴리 등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국·유럽 선진국 규제 기관의 임상 진입은 기술력 평가와 사업화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HM17321은 단독·병용요법 양쪽에서 모두 신규 기전을 입증할 경우, 환자 맞춤형 치료의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FDA의 IND 승인 이후, 착수될 임상시험은 업계를 넘어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주목도 높다. 한미약품은 이번 신약 파이프라인을 'H.O.P 프로젝트'로 추진, 2031년 상용화 목표를 내세웠다. 임상시험의 데이터 품질이 향후 보험 적용과 사용 가이드라인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혁신적 신약 후보와 관련 바이오테크 기업 투자경쟁이 심화된 상태다. 미국·유럽 주요 기관은 적응증 확대, 효능 차별화, 규제 기준 변화 등 다양한 방안으로 혁신 경쟁에 나선다. 국내에서 CRF2 수용체 기반 비만치료제의 임상 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간·심장 등 대사 관리’, ‘환자 맞춤형 병용’ 등 복합적 치료 전략이 산업 성패를 결정할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신약 효능 평가와 동시에, 데이터 기반 최적 복용 환경 개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최인영 R&D센터장은 “지방 감량과 근육 증가, 운동 및 대사 기능 개선이라는 다중 효능을 융합해, 기존 체중감량제와 차별화된 치료 옵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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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hm17321#f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