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아빠 술잔에 다가간 아이”…오은영, 회한 서린 침묵→가족이 남긴 찢긴 밤의 질문
엔터

“아빠 술잔에 다가간 아이”…오은영, 회한 서린 침묵→가족이 남긴 찢긴 밤의 질문

전민준 기자
입력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 그 옆으로 내밀어진 아이의 작은 손이 한 가족의 위태로운 일상 속으로 서늘하게 스며든다.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은 모처럼 웃음과 긴장, 그리고 침묵이 교차하는 저녁을 그려냈다. 아버지의 음주와 엄마의 끝없는 인내, 세 아이의 순수한 웃음 뒤에 자리한 무거운 그림자가 시청자를 붙들었다.

 

무심히 반복되는 남편의 술잔 앞에서 아내는 자신의 지친 삶을 털어놓았다. 겨우내 이어지는 음주 습관, 가정의 대화조차 쉽게 닿지 않는 날들. “1년 365일을 술로 버틴다”는 아내의 고백과, “음주량을 줄였다”는 남편의 자기 변명은 스튜디오의 공기를 더욱 가라앉게 했다. 단골 식당에서조차 버겁게 삼켜지는 말과 시선, 아이 세 명을 챙기는 아내의 움직임에는 고단함이 묻어났다.

“술잔에 입 댄 아기”…오은영, ‘결혼지옥’ 충격 장면→스튜디오 침묵
“술잔에 입 댄 아기”…오은영, ‘결혼지옥’ 충격 장면→스튜디오 침묵

진짜 충격은 슬며시 다가왔다. 놀이방에서 놀던 막내가 아빠의 술잔을 집어들고 입술을 댄 그 순간, 스튜디오 전체는 숨을 죽였다. 영상으로 처음 자신을 마주한 남편과 아내 역시 말을 잇지 못했고, 문세윤은 이 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오은영 박사의 표정은 누구보다 엄중했다. 그녀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향해 절박한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남편은 자신의 행위를 “중독이 아니다”라며 변명했다. 예전보다 덜 마신다는 해명은 되려 아내의 불안과 답답함을 더했다. “아이 셋 아빠로서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문세윤의 진심 어린 질문도 공허하게 잦아들었다. 약 대신 술에 의지하는 가장의 슬픈 현실, 엄마와 아이들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해 보였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잠깐의 침묵, 오은영 박사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겨진 가족의 표정 속에는 지친 하루와 해결되지 않은 상처가 짙게 배어 있었다. 이날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은 깊은 고민과 묵직한 여운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과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가 이어진 9화는 많은 이들에게 묻는다. 아이들을 지키는 가족의 방식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그 밤의 질문이 메아리처럼 남았다.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은 9일 저녁에 방송됐다.

전민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오은영#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문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