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에 의약품 협력 확대”…중국·인도, 공급망 재편 신호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중국과 인도의 의약품 산업 협력 확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대인도 관세가 강화되면서 양국은 기존 경색된 관계를 풀고 무역·투자 협력에 나섰다. 특히 인도는 미국이 의약품 수입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최대 파트너이자, 미국의 보호무역 압박으로 이번 정책의 직접적 타격권에 들어 있다. 업계는 미중-인도 간 이익 경쟁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재편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흐름은 지난 19일 인도 외무부의 발표에서 확인됐다. 인도와 중국은 경제 전문가 그룹 신설과 무역 협력 재개에 공식 합의했다. 중국은 모디 인도 총리의 방중을 앞두고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며, 양국 정상회담 테이블에는 희토류, 비료, 의약품이 안건이 오를 전망이다. 의약품 분야의 경우 인도는 전체 원료의 65~7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은 인도의 생산 기반과 원료 의존성 모두에서 중요한 파트너다.

이번 협력 강화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인도 대상 50% 관세 방침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도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대미관계가 복잡했으나, 이번 관세 조치로 의약품 수출이 중대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도 미국 관세의 최대 노출 분야로 의약품을 지목하며, 실제로 관세 부과 시 인도 주요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 우려를 제기했다. 아직 의약품이 관세 적용 품목에 직접 포함되진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인도와 중국의 전략적 보완 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그간 히말라야 국경 분쟁 등으로 교역이 위축됐지만, 최근 양국은 접경지 교역 재개에도 합의했다. 의약품뿐 아니라 원료·부자재·희토류 등 상호 필수 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특히 세계 최대 제네릭·원료의약품 공급국인 두 나라의 긴밀한 공조가 글로벌 공급망 변화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인도가 미국의 관세 강화에 맞서 중국과 협력 확대를 모색하면서, 양국 간 무역과 투자가 큰 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관계 개선은 의약품 공급망 강화, 제조 비용 절감 등 산업 전반 파급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분야 중심으로 중국·인도 간 공급망 재편이 업계의 실질적 대응과 글로벌 제약 시장 구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산업계는 결국 미국의 관세 정책이 실제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 질서에 어떤 속도의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각국의 정책 대응과 공급망 안정화 전략, 그리고 미중-인도 3국 간 협상 결과가 산업 구조 전환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