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前인사비서관 5일 소환”…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도피성 출국 의혹 조사
정치권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과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수사를 둘러싼 특별검사팀(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과 대통령실 사이에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특검이 대통령실 전 인사비서관과 여러 주요국 대사,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사건 실무자를 잇따라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자, 정치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4일, 이종섭 전 장관의 해외 출국 경위와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밝히고자 오는 5일 최지현 전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 인사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연례 브리핑을 열고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과 대통령실, 외교부, 법무부 간 논의 전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련 지시 사항까지 모두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미 지난달 초 외교부, 법무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최 전 비서관 조사에서 교차 확인할 방침이다.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으며 출국금지 상태였으나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로 전격 임명됐다. 임명 사흘 후인 7일, 법무부가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고, 이 전 장관은 10일 곧바로 출국, 호주대사로 부임했다. 그러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악화하며 11일 만에 귀국, 이달 29일 사임 수순을 밟았다.
이 전 장관의 귀국에는 방산협력 공관장회의 참석이 명분으로 제시됐으나, 특검은 “이 행사가 이 전 장관 귀국을 위한 ‘급조된 수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회의 참석 대사 전원(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을 순차 조사 중이다. 특검팀은 3일부터 이틀간 관련 대사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특검은 또 5일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의 또다른 핵심 인물인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네 번째로 불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에 돌입한다. 이와 별개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조사도 이달 내내 진행 중이며, 정 특검보는 “관련자 추가 조사가 필요할 수 있어 아직 기소 계획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개신교계 구명 로비’ 의혹 관련해선 지금까지 피의자 전환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이날 오전 6차 참고인 조사를 위해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박 대령 측 법률대리인은 “타임라인을 맞추는 과정에서 거짓 증언이 드러나고 있다”며 “공적으로는 거짓에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이라도 진실 규명에 협조해 과오를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차관급)의 박 대령 진정·긴급구제 기각 관련, 인권위 군인권보호국 조사관을 불러 참고인 진술을 받는다. 인권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다음 주로 이어질 예정이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박 대령의 인권침해 제3자 진정 처리, 군인권보호위원회에 결과보고서 상정이 지연된 경위 등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이명현 특검팀의 조사 범위는 대통령실, 외교부, 군, 인권위까지 확장되고 있다. 정치권은 핵심 관련자의 소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국민적 관심이 쏠린 채상병 사건 진상규명 방향에 따라 정국 흐름이 요동칠 조짐이다. 특검팀은 주요 인사 소환과 참고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소환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