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상시화 절박”…우원식, 종교계 협력 촉구하며 남북합의 복원 강조
남북 합의 파기와 대화 단절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금 한국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3일 파주 임진각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을 만나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종교계가 적극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원식 의장은 이날 남북 간 최근 정세 완화 분위기를 언급하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격적으로 대북 방송을 중단했고, 북한에서도 즉각적으로 호응하며 접경 지역에 작은 평화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평화가 더 커지고 상시화되기를 바라며, 평화야말로 우리에게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오는 일요일이면 정전협정 72주년이 된다. 엄청난 세월이고, 상당 기간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왔다”며 정전체제의 장기화와 그간의 남북합의를 상기시켰다. 우 의장은 “7·4 남북 공동성명을 비롯한 여러 남북 합의들이 지금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안타깝다. 그 길을 다시 찾아 나서야 한다”는 점도 부각했다.
또한 우 의장은 “교황 성하께서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2027년 서울세계청년대회 참석을 계기로 북한 방문도 모색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유흥식 추기경은 “교황님이 한반도를 위해 크게 기여하실 수 있다는 느낌이 머리와 마음속에 깊이 다가왔다”고 화답했다. 그는 “남북은 같은 민족이면서 세계 유일하게 갈라져 있는 나라”라며, “되도록 빨리 한반도 평화가 이루어지고, 아시아와 세계 평화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비극을 끝낼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저 또한 기도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남북 합의의 복원과 종교계의 중재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 실질적 진전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날 우 의장과 유 추기경은 임진각 현장 방문을 통해 통일의 염원이 담긴 ‘독개다리’와 평화의 소녀상을 함께 둘러봤다. 우 의장은 모친의 삶을 다룬 책과 태극기 배지를, 유 추기경은 자신의 저서를 선물하는 등 우의를 나눴다.
국회는 정전협정 72주년을 계기로 남북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정부와 종교계가 어떤 역할을 할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