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지휘부 책임론 격화”…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내부 반발 확산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9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검찰 조직 내부가 거센 충격과 동요에 휩싸였다.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지휘부 책임론과 함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비판, 위헌성 근거를 둘러싼 성토가 잇따랐다. 조직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는 위기의식과 더불어, 수사·기소권 분리 이후 형사사법 체계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30기)은 28일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지금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는, 그러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현재 수뇌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미래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형사부장을 언급하며 “책임지는 지위에 계신 분들은 일단 차 부장의 사의를 철회시켜달라. 그리고 스스로 책임을 져라”고 촉구했다.

정 연구위원은 “2천명이 넘는 검사들과 1만명이 넘는 수사관·실무관·행정관들이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며 대검찰청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점을 겨냥했다. 이어 “일선 검사장들도 지나치게 조용하다”며 검사장들이 구성원 의견을 적극 수렴해 대검에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선 천안지청장도 내부망에 글을 올려 대검찰청의 개정안 대응 태도를 놓고 “향후 1년간 직무대행께서 어떻게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절차를 만들어 갈지 믿음이 생기지 않고, 대검을 어떻게 신뢰하고 따라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대검이 국민참여재판 지침을 일방적으로 개정하고, 관봉권 띠지 사건 등 민감한 현안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며 향후 조직 개편 과정의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대검찰청이 단지 “안타깝다”, “다음에 말하겠다”고만 한 뒤 퇴근했다고 전하며, “기대와 믿음이 커서인지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든다”고 비판했다.
권한쟁의심판 청구론도 힘을 얻고 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은 “헌법이 정한 기관 명칭인 ‘검찰’을 법률로 폐지·변경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에 관해 각계각층에서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인상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장은 사직글을 통해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최 부장검사는 “23년간 사건을 처리하며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은 내 방에는 없었다”고도 밝혔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 역시 “2025년 9월 26일은 검찰청 폐지가 아닌 헌법 폐지의 날”이라며 개정안의 위헌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검찰총장·검사라는 헌법상 명시된 단어와 대통령의 임명권을 박탈하는 이 입법이 합법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동요가 향후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 등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검찰 조직원 일부의 사직이나 내부 이탈이 지속될 경우 조직 안정성과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이날 국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이후 검찰 내부 반발 움직임을 지켜보며, 향후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후속 입법 과정을 둘러싼 정국 충돌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은 대검찰청의 대응책을 촉구하며 법안 처리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