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옥정호, 치즈와 초록”…임실의 여름은 날씨에 지지 않는다
요즘 흐린 날에도 여행지로 임실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예전엔 비나 구름이 낀 하늘을 여행의 방해꾼쯤 여겼지만, 이제는 날씨에 맞는 즐거움을 찾는 ‘유연한 여행’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임실의 속살을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길은 바로 실내와 야외를 아우르는 코스다. 첫발을 들인 임실치즈테마파크는 국내 최초 치즈 생산지의 전통을 간직한 체험형 명소다. 아이와 함께 치즈를 직접 만들며 전시관을 돌아보는 가족, 실내외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여행 일정을 경쾌하게 바꾸는 풍경이 곳곳에 펼쳐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임실군 주요 관광지별 올해 상반기 방문객 재방문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흐린 날임에도 오히려 한적하고 시원해서 더 좋았다”는 온라인 후기가 적지 않다. 옥정호와 붕어섬생태공원은 구름 사이 불어오는 산들바람 아래에서 여유롭게 잔디에 앉거나 수변 산책을 즐길 수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찾는 발길이 많다.
현장 여행 전문가들은 “후덥지근한 여름엔 강렬한 햇볕보다 구름 낀 ‘흐린 날’이 여행의 질을 높여준다”며 “날씨에 따라 일정과 장소를 조절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즐거움”이라고 표현한다. “어디든 밝기만 한 날씨보다, 여유롭게 여운을 느끼기에 흐린 하루가 더 적합할 수 있다”는 해설도 나온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치즈파크에서 만든 피자, 흐린 날에도 꿀맛이었다”, “옥정호에 비가 내려 더 운치 있었다”, “국사봉전망대의 안갯결 풍경이 인생샷”이라는 실제 방문자 평이 잇따른다. 그만큼 임실은 실내외 명소가 고루 어우러져, 누구든 날씨 걱정 없이 머무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흐린 하늘 아래서 느끼는 자연의 촉감, 직접 만들어 먹는 치즈의 소박한 맛, 분주한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여행길의 호흡. 임실의 여름은 ‘날씨 탓’이란 말을 잊게 만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