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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독일 자동차·미국 방산업계 혼란→글로벌 공급망 불안 증폭
국제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독일 자동차·미국 방산업계 혼란→글로벌 공급망 불안 증폭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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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불안이 뒤섞인 초여름 아침, 세계 산업의 심장이 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본격적으로 조이면서 독일의 자동차 벨트와 미국의 방위산업 최전선에는 차가운 충격의 파장이 스며들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그리고 전투기와 미사일 등 모든 첨단 기기의 원천이 되는 이 희귀한 자원. 이제 더는 안온한 공급을 기대할 수 없는 시절이 다가왔다.

 

독일에서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인 곳은 자동차 산업 현장이다. 마그노스피어의 프랭크 에카르트 최고경영자는 “자동차 산업 전체가 완전한 패닉 상태”라고 토로했다.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반도체 부족 사태로 고통을 겪었던 업계는, 다시금 깊은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희토류는 자동차의 모터 등 핵심 부품 속에 광맥처럼 숨겨져 있는데, 중국은 세계 희토류 추출의 70%, 정제의 85%, 그리고 자석 생산의 90% 안팎을 쥐고 있다.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에 독일 자동차·미국 방산업계 비상…공급망 불안 고조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에 독일 자동차·미국 방산업계 비상…공급망 불안 고조

부품 공급은 씨가 마르고, 유럽자동차부품업체협회(CLEPA) 사무총장 벤저민 크라이거는 이미 “여러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고 전한다. 공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멈춘 기계의 침묵은, 자원 한 줄기에 얽힌 글로벌 산업의 운명을 예감케 한다. 전기차 1대에 0.5㎏, 내연기관차에는 그 절반에 달하는 희토류가, 다시금 희소해졌다.

 

산업계는 대체 기술 개발과 재활용, 그리고 희토류 저함유 모터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나, 상용화까지는 숙명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GM, ZF 등 글로벌 업체들은 아직 생산량과 원가 경쟁력 앞에서 숨을 골라야 하는 처지에 머문다. 재활용 선구자인 헤라우스의 데이비드 벤더는 “가동률이 1% 수준”이라며, 수요가 더욱 줄 경우 사업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니론이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2029년 생산을 목표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도 검은 먹구름이 드리운다. 자동차혁신연합(AAI)은 미국 정부에 중국의 조치가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현실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렸다. 방위산업 또한 자유롭지 않다. 미사일과 F-35 전투기 생산의 심장부에도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 사마륨이 쓰인다. 한 대에 50파운드나 필요한 이 부품을 두고 미국 정부는 대체 생산시설 건설에 나섰으나, 시장성 부재로 허망하게 중단되고 말았다. 미국 방산업계도 결국 중국에 전량 의존하는 형국이다.

 

기술의 최전선에서도 자원 부족은 시시각각 위기감을 키운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부품 없는 채로 차량을 일단 생산해, 부품 공급이 재개되는 대로 완성하는 궁여지책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처럼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현실로 다가오자, 산업 각 층위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런던에서 만난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는 희토류 수출 제한과 대중국 수출 규제, 두 거대국의 통제 기류가 교차 해제될 수 있을지 논의됐다. 그러나 아직 돌파구는 열리지 않았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및 전세계 산업 현장은 이 작은 광물이 건네는 거대한 질문 앞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정학과 경제, 산업의 괘를 새롭게 점치는 복합적 전환기에 놓였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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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독일자동차산업#미국방위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