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골 잔치의 주인공”…이강인·오현규, 쿠웨이트전 폭풍 질주→월드컵 본선행 확정의 서사
경기 전 관중석을 파도처럼 뒤흔든 함성은 이른 여름밤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젊은 얼굴의 선수들은 준비된 듯, 초반부터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끌어당겼다. 홍명보 감독이 벤치에서 전해주던 뚜렷한 표정엔 실험에 임하는 자신감과, 그 믿음에 응답하려는 선수들의 결의가 오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0차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쿠웨이트를 상대로 4골을 몰아치며 11회 연속 본선행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강인, 오현규, 이재성 등 각자의 개성을 증명한 주역들이 환호의 중심에 섰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세대교체를 상징하듯, 벤치를 지키던 신예들에게 기회를 대거 부여했다. 오현규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최전방을 맡았고, 2선엔 전진우와 배준호가 이강인과 함께 스피드를 담당했다. 찬란한 20대 라인업이 선명히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경기 초반, 배준호의 날카로운 헤딩슛이 골대를 때리며 잠시 숨을 멎게 했으나, 이후 흐름은 한국의 몫이었다. 전반 30분, 전진우의 헤더가 상대 수비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되며 승부의 물꼬를 텄다. 이날 아시아축구연맹은 이 골을 상대의 자책골로 공식화하기도 했다.
후반전은 젊은 태극전사들의 무대였다. 후반 6분, 배준호의 침투패스를 받아 이강인이 왼발로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이강인에게는 약 1년 만의 A매치 득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현규가 배준호의 헤더패스를 따라 골망을 흔들며 네 번째 A매치 득점의 기쁨을 누렸다. 관중석에는 환호가 연달아 터졌다.
교체 투입된 이재성도 문전 혼전 속에서 김주성의 패스를 왼발로 마무리하며 쐐기골을 세웠다. 네 골 모두 젊은 선수들이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후반 교체로 들어선 손흥민은 국가대표로서 134번째 A매치를 소화하며 역대 최다 출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등장마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답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막힘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해낸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 전했다. 이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팀 전체의 에너지가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승리로 3차 예선을 무패로 완주했다. 1990년, 2010년에 이어 세 번째 무패 예선 기록에 더해, FIFA 랭킹 23위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조 1위이자 16년 만의 예선 무패, 11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이 선수단과 팬들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뒤덮은 밤공기엔 작은 기적의 발자취와 내일에 대한 기대가 함께 담겼다. 작은 손을 흔들던 관중석의 아이부터, 눈을 감고 골 세리머니를 지켜본 어르신까지, 모두의 가슴에 남은 여운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9월 예정된 다음 소집 일정과 함께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