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0선 돌파”…코스피, 외국인 매수·정책 훈풍에 연고점 경신
한여름 문턱, 국내 증시가 이른 새벽의 빛을 받아 한 단계 도약했다. 6월 4일, 코스피가 장 초반부터 2,740선을 힘차게 넘어서며 올해 연고점을 새롭게 썼다. 상승 흐름의 중심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연속적인 순매수, 아울러 미국 기술주 반등에 힘입어 깨어난 투자 심리가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19분을 기점으로,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0% 오른 2,742.26을 가리켰다. 시장은 2,737.92에서 시작해 잠시 숨을 고른 뒤, 2,743.25까지 이르며 이달 들어 가장 높은 곳에 깃발을 꽂았다. 직전 연고점이었던 2,720.64를 경쾌히 넘어선 이 고도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금융 시장 속 가계와 투자자의 마음에 새로운 기대를 심어 놓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986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움직임은 개인과 기관이 각각 1,886억 원, 105억 원 규모로 주식을 내놓은 흐름과 선명히 대조됐다. 업종별로는 증권, 보험, 금융, 전기전자 등 대부분 종목이 고루 올랐다. 반면 전기가스와 운송장비부품은 다소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였다.
주요 기업의 강세는 시장 흐름을 더욱 뚜렷하게 했다. SK하이닉스는 6.51% 올라 22만1,000원에 거래되었고, 삼성전자 역시 0.62% 상승했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주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기아,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나란히 약진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부각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대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긍정적 분위기를 불러일으켰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장중 12% 넘는 상승률로 52주 신고가의 새로운 방문객이 됐다. ‘코스피 5,000시대’에 대한 정치적 공약이 증권주 급등으로 이어져, 부국증권, 신영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다양한 종목이 힘차게 올랐다.
그러나 찬란한 상승 뒤편에서는 조선·방산업종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하락 마감하며 온도의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의 바탕에는 전날 미국 뉴욕 증시가 남긴 여진이 있었다. 미중 정상회담 기대감, 관세 협상에 대한 낙관론과 함께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대표 반도체주가 오르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72% 뛰었다. 국내 증시 역시 이 훈풍을 고스란히 받아 한 단계 올라섰다.
외환시장 역시 긴장감을 머금었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75.0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1.9원가량 올랐다. 대외 변수의 흐름이 다시금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순간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도 1.10% 오르며 748.46을 기록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함께 움직임을 맞췄고, 알테오젠이 미국 PGR 본심리 개시 소식에 10% 넘게 뛰었다. 2차전지주와 반도체 관련주도 나란히 오르며 시장 기대를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새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함께 미국증시 반등이 국내 투자심리를 이끌었다는 점을 지목했다. 하지만 다가올 추가 정책 발표 일정,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 글로벌 변수, 환율의 등락 등은 여전히 주시해야 할 대목으로 남아있다.
증시는 시시각각 변한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투자자와 기업, 가계의 한걸음은 유의미하게 남는다. 코스피의 2,740선 회복은 오히려 변화의 문턱에서 새얼굴을 준비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어질 정책 발표와 글로벌 경제 이벤트, 환율의 움직임은 우리 삶에 직접 닿을 올여름 날씨를 가름하는 바람이 될 것이다. 시장의 소리에 더욱 섬세히 귀 기울이는 자세가, 곧 길을 밝히는 작은 초승달이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