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문건 몰랐다” 한덕수 위증 혐의 수사…특검, 국무위원 전방위 조사 착수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국무위원들의 발언과 행동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12·3 불법 계엄과 내란·외환 의혹을 조사 중인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위증 혐의로 입건하고, 계엄문건 인지 경위에 대한 집중 수사에 돌입했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국정 최고책임자급 인사들의 거짓 진술과 책임 회피를 지적하는 한편, 특별검사팀의 전방위 수사 확대 가능성에 정치권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 폐쇄회로 영상 등 증거 자료를 토대로 ‘계엄 국무회의’ 참석 국무위원들이 의도적으로 증언을 왜곡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특히 한덕수 전 총리는 계엄 선포문에 대해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며 “언제 어떻게 그걸 받았는지는 정말 기억이 없다”고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 증언이 허위라는 의심 아래, 대통령실 CCTV에서 한덕수 전 총리가 국무회의장에 놓인 계엄문건과 대국민 담화문을 챙기는 모습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문건을 직접 봤다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의 진술도 확보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의 위증 외에도 비상계엄 방조·허위 사후문서 작성에 대한 추가 혐의 적용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한덕수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 최고 책임자였던 만큼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검의 수사망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상민 전 장관은 계엄 시기 소방청에 한겨레, 경향신문, MBC 등 주요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에서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도,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특검팀은 대통령실 CCTV에서 이 전 장관이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총리와 대화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실제 17일에는 이 전 장관 자택과 행안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이 장관 조사 일정도 조율 중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역시 계엄 해제일인 삼청동 안가 회동에서 2차 계엄이나 수습 방안 논의에 관여했는지 수사받고 있다. 그는 “해가 가기 전에 한번 보자”는 취지의 친목 성격 모임이라고 해명했지만, 특검은 내용을 추가 확인할 계획이다. 최상목 전 부총리의 경우 ‘계엄쪽지’ 수령 후 무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접수·인지 여부를 CCTV 등으로 검증 중이다.
국회 사정도 심상치 않다. 특검팀은 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추경호, 나경원 의원에 대한 고발사건, 계엄 해제 국회 표결 참가 여부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국군교도소 수용 중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국회 상황과 군의 대응을 조사하는 등 전방위 조사가 진행되는 형국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했던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고발도 특검팀으로 이첩됐다.
정치권은 부처 장관·전현직 국무위원에 대한 특검 소환 및 압수수색 등 수사 폭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 결과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관련 재판 및 향후 정국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국회는 계엄문건 위증 논란과 내란 의혹을 두고 향후 본회의 및 국정조사 차원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