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선언 극적 도출”…미중 입장차 속 2025년 APEC 정상외교 분수령
APEC 회원국 간 이해 상충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한국 외교부가 중심이 된 ‘경주 선언’ 협상이 협상 시한 최대치를 넘기며 밤샘 줄다리기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미중 간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심화가 변수로 작용하며 정상선언 채택이 무산될 위기까지 치달았으나, 각국 대표단의 연이은 협상 끝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1일 경주에서 발표된 ‘경주 선언’은 끝장 협상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각 회원국 실무진이 당일까지 밤을 새우며 의견차를 조율해 탄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 보호무역 기조와 중국의 다자무역 원칙 고수가 팽팽히 맞서면서, 문구 조정 과정에 난항을 겪는 등 우려가 고조됐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표현을 공식 선언에서 제외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중국은 다자주의 원칙과 무역 자유화 의지 담보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따라 공동성명 문구에서 WTO와 다자무역체제 직접 명시를 빼는 대신, 장관회의 성과와 향후 방향성을 언급하는 절충안이 나왔다. 이런 패키지 딜 방식은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 공동성명과 연동해 조율됐다는 설명이다.
이 절충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내년 APEC 의장국으로서 협상 결렬이 자국 외교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내년 정상회의를 무사히 진행하려면 올해 합의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각국 대표들은 막판까지 양보와 타협을 거듭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사업장국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노선에 전면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점에서, 미중간 힘겨루기가 다자 정상외교 공간까지 본격 확산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미중정상회담에서 비교적 우호적 기류가 형성된 점도 협상 첩경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시 메이스 미국 고위관리는 “APEC 협상에서도 긍정적 영향이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진 세부항목 조정과정에서도 각국은 협상팀을 철수시키지 않고 최종 합의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띤 절충을 이어갔다. 한국 외교부는 “2025년의 성과와 APEC의 방향성에 대한 회원국 다양한 의견을 컨센서스로 모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으나, 의장국 리더십과 각국 대표단의 밤샘 노력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올해 ‘경주 선언’ 극적 타결이 미중 주도권 다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한중간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자무역 질서 재편과 연계될 내년 정상외교 및 실무회의에서도 회원국 간 치열한 이해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