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넘어 예술로 남다→부천국제만화축제, 윤석열차의 시간
시간이 다져낸 용기와 예술의 자유가 부천의 가을에 조용히 깃든다. 한때 정치적 소용돌이를 불러일으켰던 ‘윤석열차’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채, 이제 만화라는 매개를 통해 또다시 관객을 마주한다. 기억 위에 새겨진 선명한 풍자와 상징, 그리고 사회의 숨결이 전시 공간을 채운다.
제28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의 특별 전시에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학생만화공모전 역대 수상작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시선을 모으는 작품은 2022년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차’다. 만평 속 열차는 한 명의 얼굴을 닮았고, 조종석 한가운데 여성의 실루엣이 자리한다. 객실마다 날 선 칼을 쥔 검사들과, 열차를 피해 달아나는 시민들의 표정은 긴장과 질문을 동시에 불러온다.

‘윤석열차’는 전시되었던 2022년, 사회적으로 깊은 파장을 남겼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유감 표명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후원 명칭 취소, 국비 보조금 삭감 등 논란이 일었고, 이후 2년간 전시 목록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만화의 힘과 사회적 메시지에 대한 재평가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학생만화공모전 주최 측은 “2023년과 2024년에도 공모전은 진행됐지만, 수상작의 전시를 하지 않았다. 올해는 5년치 역대 수상작 전시를 결정하게 돼 ‘윤석열차’ 역시 포함했다”고 밝혔다. 긴 시간 뒤, 풍자의 미학은 다시 한 번 대중 앞에 놓이게 됐다.
축제의 무대는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자유와 사유가 맞닿는 현장으로 변모한다. 관객들은 논란 속 살아 있는 만화의 힘을 체험하며, 시대에 던지는 질문과 공동체의 대답을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오는 9월 28일까지 이어지는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이번 전시는 사회적 기억을 장식하는 만평과 젊은 작가들의 시선이 교차하는 자리다. 예술이 길어 올린 질문은 조용한 가을 바람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