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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낀 한옥 기와길을 거닌다”…전주, 역사의 품에서 여유를 만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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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낀 한옥 기와길을 거닌다”…전주, 역사의 품에서 여유를 만난 하루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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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비오는 듯 흐린 날씨에 전주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전통의 숨결이 살아 있는 한옥마을 골목을 거닐며, 하루쯤은 느린 시간 안에서 마음을 내려놓는다. 한때는 빠른 여행이 선호됐지만, 이제는 이 읊조림 같은 고요 속 머무름이 사람들의 여유가 됐다.

 

전주는 분주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싶은 이들에게 어울린다. 한낮 구름이 많은 날씨 탓에 짙은 기와지붕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한옥마을, 아침과 밤이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는 풍경에 자연스레 마음이 머문다. SNS에선 “오늘 한옥마을 노을은 유난히 고왔다”며 낮과 저녁 풍경을 나누는 인증샷이 눈길을 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전주한옥마을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전주한옥마을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전주를 찾는 가족 단위 여행객과 1인 방문자 모두 꾸준히 늘고 있다. 무더위와 다습함 속에서도 전주 한옥마을과 풍남문의 전통미, 전통술박물관의 체험 프로그램, 전주동물원, 아중호수 산책로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쉼의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반복된다.

 

현지에서 동행한 한 여행자는 “예전엔 볼거리만 찾았는데, 이젠 그냥 걷는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느꼈다. 한옥마을 기념품점에서 만난 점원은 “날이 흐릴수록 골목이 더 운치 있어 손님들도 편하게 머문다”고 말했다. 전주전통술박물관 관계자는 “누룩 냄새 속에서 천천히 우리 술의 시간을 즐기고 가는 이들이 늘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전주에선 빨리 움직이는 게 손해라는 걸 알겠다”, “호숫가 산책하며 한숨 쉬는 그 여유가 최고였다” 등, 평범한 일상에 숨통을 틔우는 ‘전주식 느림’을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 나만을 위한 조용한 여행, 가족과 함께하는 산책,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도 오늘 하루만큼은 도시의 품에서 작은 위안을 얻는 변화가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이런 ‘천천히 걷는 여행’을 도시 힐링의 새로운 흐름이라 부르기도 한다. 각박한 여름, 익숙한 공간의 낯선 정취가 삶에 작은 쉼표를 남긴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나답게 쉬고 보듬을 것인가일지 모른다. 무거운 구름 아래, 한옥과 호수 그리고 자연 속 여유에서 우리는 작지만 의미 있는 하루를 다시 만난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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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아중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