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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강화도 괴담”…권씨, 13년 공포의 실체→진실 앞에 선 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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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강화도 괴담”…권씨, 13년 공포의 실체→진실 앞에 선 섬마을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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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평범한 겨울 저녁,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섬처럼 고립된 일상 속에 기묘한 어둠을 드리웠다. 권씨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마을 사이사이는 두려움으로 얼어붙었고 오랜 세월 무심코 흘려보낸 작은 조각들은 한 명씩 사라진 사람들의 빈자리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 한 형사의 양심 고백마저 진실에 닿으려는 날카로운 시선이 돼, 평범한 얼굴 뒤에 숨어 있던 악몽을 세상에 꺼냈다.  

 

강화도가 흔들렸다. 2001년, 동거녀 이윤희의 실종에서 시작된 사건들은 2014년까지 네 건의 실종과 변사, 그리고 무수한 괴담을 남기며 13년간 계속됐다. 마을 어귀마다 ‘권씨와 엮이면 사라진다’는 괴이한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토지 분쟁 끝에 소지품조차 빼앗긴 채 변을 당한 피해자들, 내연관계를 정리하려 집을 나선 이윤희의 실종은 모두 권씨를 거쳐갔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강화도 괴담 - 그를 만나면 사라진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강화도 괴담 - 그를 만나면 사라진다'

각 피해자들이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한 순간, 사회는 반복되는 악몽 앞에 무기력했다. 이윤희가 아파트로 돌아가지 못한 채 실종된 날, 권씨는 무심하게 그녀의 발걸음을 전했다고 주장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2004년 실종된 조씨와 2006년 시신으로 발견된 박씨, 2014년 번복되지 않는 증거 앞에 쓰러진 신씨까지, 피해자들의 마지막 행적은 모두 권씨와 만남으로 연결됐다.  

 

담당 형사의 “전율이 찔렀다”는 고백은 이상하리만치 잔잔한 공포 그 자체였다. 서로 다른 시기와 상황에서 실종된 네 명의 피해자들, 경제적 갈등과 얽힌 감정적 불화,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추측들이 증폭돼 이해 불가한 미스터리가 탄생했다. 권씨는 모든 의혹을 부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물적 증거는 그의 손끝에 오롯이 남았다.  

 

신씨를 둘러싼 사건에서는 특히 진실의 벽이 무너졌다. 피해자를 따라간 권씨의 슬리퍼에는 유일무이한 혈흔이 남았고, CCTV 화면은 그의 침착함에 균열을 냈다. 직접적인 증거 부족에 흔들리던 수사망도 결정적 단서가 등장하며 마침내 닫혔다.  

 

13년의 시간 동안 보통 사람들의 일상 뒤편에서 자라오던 괴담은 갑작스런 현실이 됐다. 무고한 이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누군가의 반복된 악행이 지역 전체를 불안에 떨게 했으며, 가족과 이웃들은 침묵 속에서 자신만의 진실을 감내해야 했다. 이에 따라 공동체가 간직했던 믿음과 연대, 그리고 공포의 기억은 오랜 상처로 남았다.  

 

권씨 사건이 던진 질문은 무겁다. 반복적 범죄에 대응하는 수사의 약점, 평범함에 숨어든 위협, 그리고 아물지 않은 피해자의 상처까지, 이 모든 진실이 서서히 드러났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강화도 괴담 - 그를 만나면 사라진다’ 편은 24일 목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된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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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강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