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 탈락 위기”…매킬로이, 캐나다오픈 부진→공동 119위 추락
티박스에 선 로리 매킬로이의 표정에는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언더파를 향한 관중의 기대는 조용히 응축됐고, 매킬로이가 말을 아끼며 퍼팅 라인 위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은 경기의 무게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결국 익숙지 않은 보기를 거듭하는 매킬로이의 하루는, 명성만큼 어려운 벽 앞에서 머뭇거렸다.
6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TPC 토론토 노스 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캐나다 오픈 1라운드에서 매킬로이는 1오버파 71타를 적어내며 공동 119위로 밀려났다. 출발은 10번 홀(파4)부터였고, 전반 9홀에서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한 타를 먼저 내줬다.

후반에 잠시 반전의 조짐도 있었다. 1번 홀과 2번 홀에서 연속 버디가 나오며 흐름을 바꾸는 듯했지만, 마지막 8번과 9번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기록한 것이 뼈아팠다. 3개의 버디와 4개의 보기를 묶으며 매킬로이의 스코어카드는 다시 적막을 드리웠다.
선두 다툼은 매킬로이와 사뭇 달랐다. 토르비에른 올레센, 크리스토발 델 솔라르가 나란히 9언더파 61타로 공동 선두에 올랐고, 매킬로이와의 간극은 어느새 10타로 벌어졌다. 상위권 경쟁에는 캐머런 챔프(8언더파), 제이크 냅(7언더파), 셰인 라우리(6언더파), 그리고 전년도 우승자 로버트 매킨 타이어(5언더파)까지 이름을 올리며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매킬로이의 선택에도 이목이 쏠렸다. 최근 ‘더 메모리얼 토너먼트’를 건너뛰고,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주말마다 이동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매킬로이는 홀로 캐나다 오픈에 나섰다. 유럽과 호주, 인도 챔피언십까지 다양한 도시에서 열리는 대회 출전을 준비하며 “골프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자신만의 색을 드러냈다.
아쉽게도 한국 선수들의 이름은 상위권과 거리가 있었다. 안병훈과 김주형이 이븐파 70타로 공동 96위, 임성재가 2오버파로 공동 137위에 자리했다. 반면 올레센과 솔라르처럼 PGA 투어 우승 경험이 없는 이들의 선전 역시 이번 1라운드의 특징이 됐다.
경기 후 매킬로이는 “더 다양한 대회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싶다. 스스로에게 도전을 주고 싶었다”고 소감으로 마음을 드러냈다. 컷 통과를 위한 반등도 바로 앞에 놓여 있다. 캐나다 오픈 2라운드에서는 상위 65명만이 주말 라운드에 진출 가능한 만큼, 남은 하루가 매킬로이에게 또 다른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다.
때로는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의 경계만큼이나, 세계 정상의 골퍼에게도 인생의 경계가 넓고 험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캐나다 오픈 2라운드는 7일 펼쳐지며, 매킬로이가 다시 한번 컷 통과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매킬로이의 향후 세계랭킹과 시즌 운영에도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