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계엄선포문 받았다”…한덕수 진술 번복, 특검 사흘 만에 재소환
정치적 충돌의 중심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맞붙었다. 12·3 비상계엄 내란·외환 의혹을 두고 진술 번복과 핵심 혐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뒤집은 한 전 총리의 발언과 더불어, 특검팀이 확보한 추가 증거가 정국에 새로운 격량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오전 9시 30분,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서울고검 청사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사흘 전 16시간 조사 이후 이어진 이번 출석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문을 받았다고 한 전 총리가 일부 혐의를 인정한 데 따른 재조사다. 이날 한 전 총리는 내란 가담 및 방조 의혹, 계엄문건 진술 번복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총리로서 방조 및 가담 혐의를 받고 있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상 국무총리의 의무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데 있는 만큼, 특검 측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절차 전후의 의사결정과 실행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계엄 건의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 제출된다는 점, 국무회의 부의장인 국무총리의 위치 등 법적 맥락이 이번 조사에서 부각됐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최초 선포문의 법률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폐기했다는 혐의의 공범으로도 지목됐다.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허위 계엄 선포 문건을 작성할 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서명하고, '사후 문서가 알려질 경우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폐기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더불어, 계엄 해제국무회의 전 계엄문건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한 혐의도 동시에 수사 중이다. 지난 2월 국회 증언에선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19일 조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포문을 받았다"고 진술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정장 주머니에서 계엄 선포문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빼내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또한,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통화해 국회에서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의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연락하며 정부 기관에 출입통제를 지시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을 받았다.
정치권은 이번 진술 번복과 특검 수사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무총리의 헌법 책무 유기와 위증, 불법 계엄 방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한민국 최고 국가기관들의 헌정질서 붕괴 책임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진술 번복의 경위와 행정부 관여 범위에 대한 해명이 충분치 않다며 방어 논리를 마련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전 총리가 남은 조사 사항들에 모두 답변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 수사 결과가 윤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핵심 인사들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여야 대립 구도와 함께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