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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또 없다”…연금복권 720, 희비 갈린 추첨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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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또 없다”…연금복권 720, 희비 갈린 추첨의 풍경

이도윤 기자
입력

요즘 연금복권 720 추첨을 기다리는 사람이 다시 늘었다. 단 한 번의 클릭, 혹은 손끝의 긁기에서 일상의 무심한 행운을 기대하는 모습이 이제는 거리의 풍경, 퇴근길 SNS 피드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7월 3일, 동행복권이 공개한 연금복권 720 270회 당첨결과는 지난 회차와 마찬가지로 1등 당첨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1등 당첨번호는 4조 593142번. 매달 700만 원씩 20년간 연금으로 지급되는 1등의 삶은 이번에도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았다. 실제로 당첨시 22% 세금을 제하고 월 546만 원이 통장에 들어오지만, 그 벅찬 행복마저 매번 허공에 맴도는 시간이다.

연금복권 720 270회 당첨결과
연금복권 720 270회 당첨결과

2등 당첨자는 단 한 명. 각조 593142번으로, 다른 조를 가진 숫자 쌍이 맞아야만 주어진다. 2등 역시 10년 치 월 100만 원씩, 실수령액은 월 78만 원이다. 보너스 번호(721750번) 역시 당첨자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뒷자리가 일치하는 3등(49명), 4등(545명), 5등(5,692명) 등의 소소한 당첨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연금복권을 둘러싼 당첨번호 통계는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한 연구 대상이다. 조 단위에선 4번의 당첨이 64회로 가장 많고, 이어 1번·3번·5번 순으로, 각각 50회 이상을 기록했다. 자주 나오는 십만 단위·일 단위 등의 번호도 매 회차마다 새로운 추측을 낳는다. “우연한 규칙까지 집요하게 좇는 것도 어쩌면 반복된 일상에서 건지는 작은 설렘 때문”이라는 한 복권 애호가의 말에 어느새 공감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연금복권 인기를 ‘험한 세상에 대한 버퍼링’이라고 해석한다. 주택·교육·노후 등 경제 불안을 개인이 외면할 수 없는 시대에, 매달 들어오는 고정 수입이라는 판타지는 일종의 안식처가 된다. 실제로 ‘꿈이라도 꿔보고 싶어서 산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당첨은 못 해도 매번 번호 보는 재미가 있죠”, “이번 달은 나였으면…” 같은 소망 섞인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1/5,000,000’이라는 당첨확률, 로또보다 조금 높은 당첨 가능성에도 마음은 여전히 복권 상자 앞에 선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매주 반복되는 눈치 싸움과 설렘, 희미한 기대 속에서 연금복권 한 장은 일상에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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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복권720#동행복권#당첨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