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진, 스크린 넘어온 K-아버지의 애틋”…두 드라마로 현실 울린 내면 연기→공감의 파장
어둠을 뚫고 번져오는 아침 햇살처럼 천호진의 연기는 두 드라마에서 아버지의 무게와 애틋함을 오롯이 드러냈다. JTBC ‘착한 사나이’의 박실곤, KBS 2TV ‘화려한 날들’의 이상철 역할을 각각 맡아, 점점 달라지는 시대와 함께 변해가는 아버지의 얼굴을 그려냈다. 어느새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천호진의 깊이 있는 눈빛과 압축된 말 한마디는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붙들었다.
‘착한 사나이’에서 그는 한때 전국구 건달이었으나, 아들을 향한 미안함과 삶의 허무를 텃밭 가꾸기와 소박한 식탁으로 풀어내는 인물로 등장한다. 아들에게 남겨준 상처를 밤새 붙들고 잠 못 이루는 박실곤의 고요한 고독, 따뜻함이 배어있는 행동 하나하나가 극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과거에 대한 깊은 후회, 가족을 위한 소심한 희생, 말보다는 행동으로 속내를 표현하는 모습은 세밀한 생활 연기 덕분에 현실적 공감을 자아냈다.

반면, ‘화려한 날들’에서는 회사에 평생 몸담았으나 정년 후 하루아침에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지는 평범한 아버지 이상철을 통해 또 다른 세대의 무게를 풀어냈다. 평온했던 가정이 아들의 결혼 문제로 갈등에 부딪히자, 천호진은 터덜터덜한 시선과 흔들리는 음성으로 부자의 간극을 그리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깊게 파고들었다. 늘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지만, 인생 후반부에 찾아온 변화와 상실의 감정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아버지의 초상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두 캐릭터는 각기 다른 상처와 후회, 그리고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지만, 천호진은 숨소리와 표정, 대사 한 줄에도 서로 다른 시대적 아버지상과 감정의 결을 초밀도 연기로 녹여냈다. 변화한 가족의 풍경과 연약해진 가장의 어깨, 끝내 지켜내고픈 책임의 무게를 오롯이 안고 드라마의 중심에 섰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천호진이 풀어내는 ‘K-아버지’의 이면은 여전히 수많은 이들에게 현실의 위로와 깊은 몰입을 안겨주고 있다. JTBC ‘착한 사나이’는 매주 금요일 밤 시청자를 마주하고 있다. KBS 2TV ‘화려한 날들’ 역시 주말 밤을 책임지며, 천호진만의 인생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