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경기 32골 전설”…유영아 이은미, 콜롬비아전 은퇴식→10년 여정 끝을 맞는다
지나온 그라운드 곳곳에는 낡은 축구화의 자욱과 시간만큼 깊은 감정이 겹겹이 남았다. 한국 여자 축구를 지탱해온 두 명의 선수, 유영아와 이은미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경기장을 찾은 이들의 박수는 전보다 유난히 더 길게 울려 퍼졌다. 그들이 걸어온 10년의 여정과 고비에서 보여준 헌신, 끊임없는 도전의 날들이 이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30일 인천 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 친선경기 하프타임에 유영아와 이은미를 위한 공식 은퇴식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대표팀 후배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준비하는 이 무대는 단순한 작별보다, 긴 시간 동안 팀의 중심을 지켜온 두 선수에 대한 깊은 감사의 뜻을 담고 있다.

유영아는 2009년 부산 상무 입단 이후 인천 현대제철, 구미 스포츠토토, 서울시청을 거치며 세 차례 리그 득점 2위와 인천 현대제철에서의 리그 3회 우승을 일궈내며 정상에 우뚝 섰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87경기에서 32골을 기록, 지소연, 전가을에 이어 A매치 여자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 3위에 오르는 기록도 남겼다.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2010년과 2014년 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국제대회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빛났다.
왼발 수비수 이은미는 2009년 경남 대교캥거루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 WK리그 우승 세 차례를 이끌었으며 최근에는 수원FC위민에서 플레잉코치로서 제2의 인생을 걸으며 팀에 기여해왔다. 대표팀에서 91경기 14골, 여자 A매치 역대 최다 출전 11위, 그리고 두 번의 여자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확고한 족적을 남겼다. 지난해 인천 현대제철의 리그 11연패를 저지하며 우승을 차지, 선수 시절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제 유영아는 서울시청에서 코치로, 이은미는 수원FC위민에서 플레잉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의 등번호와 이름 뒤에 남은 무게만큼이나, 한국 여자 축구의 미래와 후배들에게 든든한 조언자로 남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70경기 이상 국가대표팀에 헌신한 이들의 기여를 기리기 위해 이 같은 은퇴식을 마련해오고 있다.
한편, 이날 은퇴식을 함께할 예정이었던 심서연은 일정상 별도의 자리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5월 30일 열리는 콜롬비아전 은퇴식은 그라운드 위에서 오랜 시간 흘린 땀과 뜨거운 응원, 그리고 헤어짐의 아쉬움까지 고스란히 녹여낼 예정이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어낸 명예로운 뒷모습, 그 곁엔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와 팬들이 조용한 응원으로 빛을 더한다. 인천 남동럭비경기장, 팬들의 환호에 둘러싸인 은퇴식 현장은 대표팀이라는 이름에 각인된 두 선수의 여정에 진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