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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 향한 바둑 전설의 귀환”…유창혁, 월드바둑 챔피언십→격돌의 시작
스포츠

“왕좌 향한 바둑 전설의 귀환”…유창혁, 월드바둑 챔피언십→격돌의 시작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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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네모진 판 위에 놓이는 돌 한 점마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수많은 명승부를 빚어낸 바둑 전설들이 다시 신안에서 마주 본다. 무언의 승부욕, 그리고 수읽기 너머 승부사들의 숙명이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했다.

 

제6회 월드바둑 챔피언십이 6월 5일부터 7일까지 전라남도 신안군 라마다프라자호텔와 씨원리조트 자은도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만 45세 이상, 1980년 이전 출생한 시니어 프로기사 16인만이 오를 수 있는 무대로 꾸려진다. 한국 대표로 나서는 유창혁 9단은 디펜딩 챔피언의 무게를 껴안으며 또 한 번 왕좌를 노린다. 최명훈·목진석 9단 그리고 국내 선발전을 거친 이창호, 안조영 9단, 후원사 초청 조훈현, 이상훈 9단까지 총 7명이 한국의 자존심을 책임진다.

“왕좌 쟁탈전 예고”…유창혁 등 전설 16인, 월드바둑 챔피언십→시니어 격돌 / 연합뉴스
“왕좌 쟁탈전 예고”…유창혁 등 전설 16인, 월드바둑 챔피언십→시니어 격돌 / 연합뉴스

국제 무대에선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저우허양 9단,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와 야마시타 게이고 9단, 대만 대표 왕밍완 9단이 바둑의 진수를 펼칠 준비를 마쳤다. 미국 장밍주 7단, 루마니아의 코르넬 부르조, 호주 대표 데이비드 보핑거, 싱가포르의 캉잔빈 등 각 대륙 시니어 대표들이 자웅을 겨룬다.

 

영광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지난 대회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올해 대회는 더욱 특별한 무대로 남는다. 유창혁 9단은 지난해 중국 뤄시허 9단을 꺾고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품에 안았다. 이에 맞서 이창호·안조영 9단은 4강 탈락의 아픔을 되새기며 설욕을 다짐했다. 왕밍완 9단은 유창혁 9단에게 결승에서 두 차례 막혀, 세 번째 진출을 노리고 각오를 다진다.

 

이번 대회에서는 올해 처음 본선에 오른 저우허양,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의 도전도 무시할 수 없다. 노련미에 더해진 국제 경험, 승부처에서 보여줄 담대함이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쏟아지는 시선 속 각국 기사들은 무게감 있는 수읽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채비를 마쳤다.

 

우승 상금은 3천만원, 준우승은 1천500만원으로 시니어 대회 가운데서도 가장 권위와 규모 면에서 손꼽힌다. 제한 시간은 각 30분에 6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져 지략과 집중력이 승부의 열쇠가 된다. 유창혁 9단은 “전설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멋진 기보로 바둑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찻잔을 가볍게 들어 손끝을 맞댄 기사들의 눈빛에는 오랜 응축의 시간이 담겨 있다. 나이를 뛰어넘는 실력과 신안의 바람, 지나온 시간의 무게까지 더해져 이번 월드바둑 챔피언십은 바둑 팬에게 또 한 번의 깊은 사유와 울림을 남길 예정이다. 우승자는 오는 7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가려진다. 바둑의 품격이 고요히 깃든 이 대회는 6월 신안의 바람과 함께, 각국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흔들릴 것이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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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혁#월드바둑챔피언십#이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