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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지시, 윤 대통령 관여 여부 추궁”…특검, 조태용 전 안보실장 피의자 소환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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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군 수사를 둘러싼 권력 충돌 지점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및 도피성 출국 의혹이 다시 정국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특검의 강제수사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소환되면서 권력 핵심부를 둘러싼 검증 국면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명현 해병대 순직사건 특별검사팀은 9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조 전 실장은 "조사를 잘 받겠다"고만 답한 채 조사실로 들어갔으며, 조사 전 소명 내용에 대한 추가 질의엔 "조사 전에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밝혔다.

조 전 실장은 지난 2023년 12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고 외교부에 지시사항을 전달했는지 여부, 그리고 당시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을 대통령실·국가안보실 등이 적극적으로 도왔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조 전 실장이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점을 감안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사 임명’ 직접 지시, 외교부 하달 경위, 호주대사 검증 과정 전반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출국금지 조치 중이던 이종섭 전 장관이 작년 3월 돌연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경위와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가 추가 의혹으로 부상했다. 조 전 실장은 2023년 7월 초동조사 결과보고 직후, 이른바 ‘VIP 격노’ 회의 기록 회수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으로 네 차례 추가 피의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사이에 팽팽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특검이 대통령실 공식 라인을 겨누는 데에 강력 반발하며, 정치적 표적 수사라는 입장을 내세운다. 반면 야권은 “핵심 증인 조사로 권력형 외압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특검 수사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도 참고인 신분으로 네 번째 소환했다. 전 전 대변인은 “이종섭 전 장관이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에게 출장 전 구체 지시를 한 걸로 안다”고 밝혔으나, 현안토의 지시 세부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2023년 7월 31일 열린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 내역, ‘VIP 격노’ 관련 국방부 언론자료의 진위 논란 등도 집중 질문 대상에 올랐다.

 

특검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및 호주대사 임명 개입 의혹을 병행 수사하며, 9월 30일에는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5번째 피의자 조사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재소환에 나설 예정이다. 정작 VIP 회의 보고 및 외압 관련 공방은 2년 만에 조 전 실장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증언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날 국회는 대통령실과 군 지휘부를 둘러싼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을 두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의 향방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지시의 위법성 여부, 군 사법체계 신뢰도 등 정국 주요 이슈가 판가름날 것이라며, 후속 증인 소환과 관계자 진술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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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이종섭#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