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감정까지 구현”…크래프톤, 현실적 게임 대화 혁신
인공지능(AI) 기술이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쓰고 있다. 크래프톤은 20일(한국시간) ‘게임스컴 2025’에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적용한 AI 캐릭터 ‘조이’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게임 내 캐릭터가 실제 사람처럼 감정을 스스로 결정하고, 맥락을 파악한 실시간 대화까지 가능하게 하면서 대화형 AI의 실효성과 차세대 게임 경험을 동시에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인간과 유사한 AI 캐릭터 구현 경쟁에 본격 불이 붙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발표에서 크래프톤 인조이 스튜디오는 ‘조이’들이 개발자 개입 없이 스스로 상호작용과 감정, 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시연했다. 특히 음성 인식과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자연어 처리로, 게임 속 캐릭터가 이용자와 즉각적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김형준 인조이 스튜디오 대표는 “조이가 스스로 모션과 감정뿐 아니라, 서로에게 구박을 하거나 감정 상태를 변화시키는 등 현실적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AI 도입 시 급증하는 서비스 비용도 자체적 시스템과 최적화된 LLM 연동으로 효율적으로 억제했다는 점이다. 인조이는 게임 내 자체 데이터와 논리 시스템을 우선 활용하고, 대화 및 관계 등 핵심 대목에 한해서만 AI를 호출해 LLM 사용 비중을 최소화했다. 크래프톤과 SK텔레콤이 함께 설계한 추론 최적화 모델을 적용, 기존 대비 낮은 비용에 높은 품질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구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감정·인간관계 시뮬레이션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인조이의 새로운 감정 시스템은 캐릭터가 자신의 감정 변화와 원인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며, 대화·이벤트에서 발생한 감정 히스토리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애·이혼 등 복잡한 인간관계와 현실 반응을 반영해 기존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낚시, 농사, 자원 채집 등 실제 삶을 반영한 ‘차하야’ 지역도 추가되며 장기적 이용자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경쟁사 대비 차별점은 AI 캐릭터의 자율성과 실재감 구현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챗봇·NPC AI 개발을 확장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가 LLM 기반 실시간 감정 시스템과 비용 절감 모델을 조화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메타·엔비디아 등도 몰입형 AI NPC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게임에 직접 투입되는 수준의 감정 표현은 드물다”고 분석한다.
AI 윤리와 데이터 비용, 출시 시기에 대한 신중함도 강조됐다. 인조이는 이용자 요구와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충분한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기간을 유지하고, 데이터 저장·감정 시뮬레이션에서의 다양성도 고려 중이다. 정식 출시는 빠르면 내후년으로 예상된다. 게임 소프트웨어 내 AI 활용에 대한 적정 규제,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김형준 대표는 “게임 개발에서 이용자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며 “출시 일정은 이용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다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AI 캐릭터 기술이 대중적 게임 시장에 실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