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의 추상옥, 역사의 무대를 걷다”…조진웅, 우렁찬 맹세→광복 80주년을 흔든 감동
영화처럼 환한 조명이 쏟아진 경축식 무대, 배우 조진웅은 이윽고 단상에 올랐다. 그의 목소리는 광복 80주년을 맞은 수많은 이들의 숨결과도 닮아 있었다. 비로소 그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또렷이 읽어내리는 순간, 세종문화회관은 독립운동가의 기개와 예술인의 진심이 어우러진 감동적 공간으로 변모했다.
조진웅은 대표 낭독자로 2500여 명 청중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와 단단한 자세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독립유공자, 유족, 시민,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경축식 전체를 흐르는 상징적 분위기 속에, 영화 ‘암살’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고 국기에 앞서 선 조진웅의 모습은 역사와 예술, 개개인 마음이 맞닿는 순간이었다.

조진웅이 이날의 인물로 주목받은 이유는 명확했다. 영화 ‘암살’의 독립군 ‘추상옥’처럼, 그는 데뷔 이래 일제 강점기 인물의 신념과 아픔을 생생히 연기해 온 배우다. 올해 초 홍범도 장군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에 참여하며 독립운동의 울림을 계속 이어갔다. 2021년에는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도 국민특사로 동참했다. 예술인의 책임감을 행동으로 옮기는 그의 모습은 이번 경축식에서 다시 한 번 깊은 여운을 남겼다.
행사장에는 80개의 태극기, 그리고 독립유공자 후손 80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80주년 광복절의 의미를 한층 더했고, 조진웅의 낭독은 그 역사적 사명감을 청중 모두의 가슴에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JTBC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조진웅은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라는 신념을 밝혀왔다. 맹세문 낭독 역시 그가 평소 지켜온 소신의 연장선이었다.
예술과 역사, 신념이 한 점으로 모인 현장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광복절의 함성과 암살의 명장면이 교차한 시간, 조진웅의 존재는 올해의 광복절 경축식에 깊은 감동을 더했다. 이번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눈부신 울림을 남긴 조진웅의 현장 모습은 다시금 예술인의 진정한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