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스텐트 환자도 기존 강도 약물 안전”…서울아산병원, 대규모 임상 결과 발표
복잡한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고위험군 환자에게 기존 표준 강도의 항혈소판제 치료가 충분히 안전한 대안임이 국내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관상동맥 환자에 적합한 '맞춤형 고강도 약물치료'가 최근 의료계에서 떠올랐으나, 실제 임상에서는 기존 치료법과의 유의미한 우월성 차이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관상동맥질환 환자 약물치료 전략이 재조명받고 있다. 심장내과 치료 패러다임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강도윤 교수, 위성봉 전문의 연구팀은 2018명의 복잡한 관상동맥 스텐트시술 고위험 환자를 맞춤치료군과 기존치료군으로 나눠 1년간 임상 경과를 비교했다. 맞춤치료군(1005명)은 시술 후 6개월간 티카그렐러와 아스피린의 고강도 병용, 이후 6개월간 클레피도그렐 단독 요법을 적용했다. 기존치료군(1013명)은 12개월간 클레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병용했다. 그 결과 사망, 뇌졸중, 심근경색, 응급재시술, 출혈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맞춤치료군 10.5%, 기존치료군 8.8%로, 두 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사망·뇌졸중·스텐트혈전증 등 허혈성 합병증 발생률 역시 맞춤치료군 3.9%, 기존치료군 5.0%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출혈 위험은 맞춤치료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7.2% vs 4.8%).

해당 연구는 관상동맥이 해부학적으로 복잡하거나 당뇨·신장질환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의 최적 치료 전략 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추진됐다. 기존에는 혈전 생성 억제를 위해 시술 직후 고강도로 항혈소판제를 투여하는 '적극적 맞춤치료'가 권고되는 분위기였으나, 이번 대규모 임상 결과는 '치료 강도' 증가가 반드시 합병증 예방 효과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추가 출혈 위험을 동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신약 개발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달리, 실제 의료 현장에서 즉시 반영 가능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글로벌 관점에서 스텐트 시술 후 최적 약물치료법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도 고위험군에 대한 맞춤형 치료와 평범한 표준치료 사이 임상적 우월성을 둘러싼 연구가 이어진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유럽심장학회지'에 게재됐으며, 2025년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메인 세션 '핫라인'으로 발표돼 4만 5000여명 전문가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항혈소판제의 투여 기간과 강도에 관한 임상 기준이 변화하는 흐름에서, 이번 결과는 치료의 표준화와 환자 안전성 제고 차원에서 정책, 보험 기준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덕우 교수는 "관상동맥질환 고위험 환자의 최적 치료를 위해 지속적 근거 축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임상결과가 실제 진료 현장과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