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판독기 오작동”…파블류첸코바, 윔블던 논란 속→16강전 승리
갑작스러운 혼선이 코트 위를 뒤덮었다. 결정적 순간마다 선수와 팬들의 시선은 판독기에 쏠렸지만, 익숙했던 ‘전자 호크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파블류첸코바의 표정에는 승리보다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6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2024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와 소네이 카텔이 맞붙었다. 세계 랭킹 50위인 파블류첸코바와 51위 카텔의 대결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시작됐다. 1세트 게임 스코어가 4-4인 상황에서, 올 시즌 처음 도입된 전자 판독 시스템이 돌연 멈췄다.

문제의 순간, 세 포인트 동안 라인 판정은 주심의 몫이 됐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카텔의 스트로크가 확실히 라인 밖으로 보였으나 '아웃' 판정은 나지 않았고, 플레이는 이어졌다. 이로 인해 파블류첸코바는 해당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만약 정확한 판정이 이뤄졌다면 5-4로 앞설 기회였다. 실제로 첫 세트는 카텔이 따냈지만, 파블류첸코바는 곧바로 흐름을 되찾아 2-0(7-6 6-4) 승리를 올렸다. 승부의 추가 결정된 뒤에도 판정 논란과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 후 파블류첸코바는 기자회견에서 “주심이 뒤늦게 아웃인 것을 봤다고 했다”면서 “그 순간 왜 정확한 판정이 나오지 않고 리플레이가 선언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가 영국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컸다”며, 판정 과정의 석연치 않은 점을 거듭 지적했다. 그 자리에서 파블류첸코바는 심판을 향해 “게임을 도둑맞았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윔블던 주최 측 올잉글랜드 클럽은 “선수들에게 정중히 사과한다”며, 시스템이 갑자기 꺼진 것은 현장 운영진의 실수에 따른 것이고, 기술 자체의 신뢰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윔블던은 올해부터 선심 없이 전자 판독 시스템만으로 경기의 판정이 이뤄지는 새 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변화가 심판 운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운영 기준과 신뢰성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파블류첸코바는 극적인 승리로 8강 무대에 올랐다. 짙은 여운을 남긴 판정 논란은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대회 조직위는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낸다고 밝혔다.
경기장엔 전자 신호가 재가동된 뒤에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관중들은 선수의 표정 하나하나에 숨을 죽였다. 윔블던 대회는 논란의 그림자 속에서 본연의 순수한 스포츠 정신이 다시 부각된 하루였다. 윔블던 여자 단식 8강전은 영국 현지시각 기준 7월 8일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