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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도 방해할 수 없다”…철원의 자연·평화 명소에서 느끼는 한여름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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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도 방해할 수 없다”…철원의 자연·평화 명소에서 느끼는 한여름의 여유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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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뒤덮은 여름날, 철원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흐린 날은 바깥 나들이를 망설이게 했지만, 이제는 촉촉이 젖은 공기 속에서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시간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만큼 일상의 쉼표가 필요해진 것이다.

 

23일 오전, 철원은 최고 기온 27.2도, 체감온도 29.5도에 습도는 84%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자외선은 ‘보통’,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좋음’ 수준을 기록했다. 흐린 날씨에 실내에 머무르기보단 오히려 자연의 풍경 안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고석정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고석정

실제로, 철원 대표 명소인 고석정은 절벽 사이로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와 기암괴석 덕분에 무더위도 잠시 잊게 한다는 반응을 모았다. 인근에 자리한 고석정꽃밭은 달마다 다른 꽃이 가득 피어 사진을 남기려는 이들의 출사 성지로 꼽힌다. 도심의 더위를 피해 찾은 삼부연폭포 역시 짧고 산뜻한 산책으로 인기다. 깊은 산골이지만 접근이 쉬워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훌륭한 피서지”라는 평가가 많다.

 

평화관광 명소도 빼놓을 수 없다. 철원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비무장지대와 북한 땅은 “철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라는 설명이 어울린다. 소이산 모노레일은 등산의 부담도 덜어주고, 정상에 오르면 평야와 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고즈넉한 도피안사에서는 오랜 불상과 함께 깊은 시간 속에서 자신을 가다듬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높은 습도와 흐린 날씨 속에서도 야외 명소 방문자 수가 여름철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자연에 머무르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흐린 날씨가 오히려 덥지 않아 천천히 천변을 걸을 수 있고, 자연의 색감도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며 “철원은 자연, 역사, 평화가 조화롭게 공존해 여유와 치유의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SNS 상에서도 “흐린 하늘과 물안개가 만들어내는 고석정의 분위기가 더 아름답다”, “삼부연폭포에서 듣는 물소리에 마음이 맑아진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소이산 모노레일 탑승 인증샷, 도피안사에서 올린 짧은 명상 일기 등 일상의 한 페이지를 공유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철원의 여름 명소는 단순히 피서지가 아니라, 흐린 여름날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을 남긴다. 자연 속을 걷고, 평화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삶의 작은 여유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모습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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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고석정#삼부연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