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골 그 순간”…이동협, 포항 ACL2 원정 결승포→조별리그 희망 쏘다
한밤의 아찔한 열기와 고요한 긴장감 속, 태국 빠툼타니주 트루 BG 스타디움이 하나의 호흡처럼 가라앉았던 순간이 있었다. 가파른 원정의 무게에 눌린 포항 스틸러스 팬들은 이동협의 오른발이 결정을 내리는 찰나, 잠시 말을 잃고 그라운드에 시선을 고정했다. 전반 41분, 주닝요의 크로스가 목표를 겨냥했고, 이동협의 터닝슛이 골망을 흔들자 벤치와 응원석은 뜨거운 희열로 물들었다.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 H조 1차전에서 포항 스틸러스가 BG 빠툼 유나이티드에 1-0 승리를 거뒀다. 양 팀 모두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 가운데, BG 빠툼 유나이티드 노쓰다 가쿠토와 포항 김종우가 각각 프리킥과 중거리 슛으로 골대를 맞히는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포항은 백성동, 강현제, 주닝요 등 전방 자원과 더불어 경험이 적은 미드필더, 수비 선수들로 구성해 원정 가용 멤버를 최대화했다.

경기 흐름의 분수령이 된 장면은 전반 41분에 나왔다. 주닝요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재빠른 동작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고 올린 크로스를, 이동협이 골문 정면에서 오른발 터닝슛으로 마무리하며 자신의 프로 데뷔골이자 이날의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동협은 K리그1에서 세 경기 만에 이뤄낸 감격적인 첫 득점으로 주목받았다.
후반전 양상은 더욱 팽팽하게 전개됐다. 포항은 조상혁, 김인성 등을 투입하며 추가 골을 노렸고, 김인성이 페널티지역을 돌파해 결정적 슈팅을 시도했으나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 BG 빠툼도 차나팁 송크라신 등 주요 멤버를 교체로 내세워 반격에 나섰고, 후반 막판 도이 모도유키의 빈 골문 슈팅, 은디아예의 오버헤드킥이 골대를 맞는 등 극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포항 수비진의 집중력과 골키퍼 윤평국의 선방이 빛을 발하며, 한 끗 차로 위기를 넘긴 채 승리를 지켜냈다.
포항은 이번 ACL2 H조 1차전에서 귀중한 1승(승점 3)을 챙겼으나, 같은 조 탬피니스 로버스 FC가 카야FC 일로일로와의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해 포항은 득실차로 2위에 올랐다. 남은 조별리그는 더욱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고되며, 다음 2차전에서 16강 진출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주축 선수들이 일부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조직력과 뒷심을 보여준 포항의 이날 승리는 팬들에게 또 하나의 값진 기억으로 남았다. 코리아컵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한 포항 스틸러스는 ACL2에서 다시 한 번 저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끝까지 숨죽였던 관중, 먼 원정을 함께 견뎌낸 팀과 팬들의 마음이 한 장면에 녹아든 밤이었다. 포항 스틸러스의 ACL2 조별리그 2차전은 다음 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