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전설 별세”…나가시마, 요미우리 대표 영웅→89세로 생 마감
밝게 빛나던 미소와 승부사다운 단호함, 그리고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상징하는 불멸의 존재. 일본 야구계를 넘어 한 시절 국민 모두의 영웅으로 남아 있던 나가시마 시게오가 89세로 생을 마감했다. 도쿄의 밤은 전설을 떠나보내는 애도의 공기 속에 잠겼고, 오랜 기억만큼이나 깊은 슬픔이 현장을 감쌌다.
나가시마 시게오는 일생을 바친 야구장에서 진한 족적을 남겼다. 1936년생으로 195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한 뒤 17시즌에 걸쳐 통산 타율 0.305, 444홈런, 1천522타점, 6차례 타격왕에 빛나는 기록을 세웠다. 단 한 명의 선수, 한 명의 영웅이 세대를 넘어 일본 야구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했다.

은퇴 무대에서 내뱉은 “저는 오늘 은퇴하지만, 거인군은 영원히 불멸이다”라는 멘트는 지금도 일본 스포츠 팬들 사이에 남아있다. 감독 시절 거둔 5회의 센트럴리그 우승과 2번의 일본시리즈 제패 또한 그의 리더십과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2001년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일본 내 야구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했다.
마쓰이 히데키와의 국민영예상 공동 수상, 2021년 도쿄 올림픽 성화 주자 참여, 그리고 일본 문화훈장 수상에 이르기까지, 나가시마는 경기장 밖에서도 일본 야구의 정체성을 새긴 상징의 인물이었다. “미스터 프로야구”라는 별명처럼, 평생을 야구와 나눈 그의 삶은 곧 일본 스포츠의 역사로 남았다.
오타니 쇼헤이 등 후배 선수들은 SNS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억했다. 도쿄 시리즈에서 함께한 사진을 통해 오타니는 직접적인 조의를 표했으며,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과 일본프로야구 사무국 역시 공식 애도와 추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기록과 사연을 낳았던 나가시마의 마지막 굳건한 뒷모습은, 여전히 휴대전화 화면과 팬들의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일본야구 한 시대의 문이 조용히 닫히는 오늘, 누구도 쉽게 잊을 수 없는 거장의 이름을 다시금 조용히 불러보게 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