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체질량지수 높을수록 비만 유전”…세대 간 건강 불평등 심화
부모의 비만이 자녀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비만의 세대 전이’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대한비만학회가 공개한 ‘2025 비만 팩트시트’ 분석에 따르면, 부모 중 특히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2단계(체질량지수 BMI 30㎏/㎡ 이상) 이상 비만일 때 자녀 역시 비만 유병 가능성이 5배 이상으로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비만의 가족 기반 전이 및 세대 간 건강 불평등의 경고 신호’로 주목한다.
비만 팩트시트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건강보험공단 청구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분석 기준은 세계보건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 BMI 지표를 채택했다. 1단계 비만(25~29.9㎏/㎡), 2단계 비만(30~34.9㎏/㎡), 3단계 비만(35㎏/㎡ 이상), 복부비만(허리둘레 남 90cm·여 85cm 이상) 등으로 세분화했다.

주요 결과에서 아버지가 2단계 이상 비만일 경우 남아의 비만 유병률은 5.6배, 어머니가 2단계 이상일 경우 여아의 비만 위험도는 5.7배로 각각 집계됐다. 부모가 모두 비만일 때 자녀 비만 유병 위험은 5.9배로 치솟았다. 특히 부모-자식 간 BMI 연관성이 동성(父-子, 母-女)에서 더 짙게 나타났다. 외동·첫째일수록 자녀 비만 유병률이 높게 관찰됐다.
이러한 경향은 유전·생활습관·환경 등 복합적 요인에서 기인한다. 특히 데이터 분석 기반 빅데이터 수치가 개별 가족 특성·사회구조적 환경과 맞물려 비만의 ‘악순환’ 고리를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비만이 주로 개인의 식습관·운동량의 문제로 인식됐지만, 이번 연구는 가정 내 반복되는 생활 패턴, 유전적 소인, 사회경제적 지위 등 ‘가족 단위’ 환경이 세대간 건강 불평등을 재생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데이터로 우리나라 전체 성인 비만 유병률(2021~2023년)이 38.4%로 나타났다. 남성 비만은 같은 기간 49.2→49.8%로 증가했으나, 여성은 27.8→27.5%로 소폭 감소했다. 복부비만 역시 남성(31.3%)이 여성(17.7%)의 두 배 가까이에 달했다. 30~40대가 42% 이상으로 가장 높으며, 특히 20대 비만 비율 또한 10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런 고도비만의 증가는 조기 대사질환·심혈관계·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 실제 고혈압·당뇨병·고요산혈증 등 비만 동반질환 유병률이 비만군에서 최대 5배 이상 치솟았다. 특히 20~30대 젊은 층, 여성에서 이들 차이가 더 확연했다. 학회 측은 “젊은 남성층에서 고도비만이 빠르게 늘면서 조기 합병증 위험이 우려된다”고 진단한다.
국내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부모·아동 BMI 연관성이 확인됐으며, 미국·영국에선 유전체, 생활환경, 지역사회 요인을 융합한 맞춤형 비만 예방 정책이 본격 도입되는 추세다. 반면 국내는 학교·가정 연계 프로그램, 임상 유전체 진단, AI 기반 생활습관 분석 솔루션 도입 등이 아직 초기 단계다. 복지부, 질병관리청 차원의 국가 단위 예방 프로젝트가 좀 더 정교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소아·청소년 비만이 최근 감소 추세로 접어든 것은 고무적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연령별 특성상 남아는 8~14세, 여아는 16~17세에 비만 및 과체중 위험이 가장 높아 정책 개입 시점 및 방식의 정밀화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가족 기반 생활환경 개선, 학교-병원-지역사회 연계, AI·유전체 데이터 활용 등 다차원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비만을 개개인 책임에만 맡길 게 아니라 사회·제도적 건강 불평등 해소 프레임에서 다뤄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비만 예측, 맞춤형 개입 솔루션 확대가 실제 시장에 얼마나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