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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 자사 칩 강제 금지”…공정위, 시스템반도체 거래질서 개편
IT/바이오

“브로드컴 자사 칩 강제 금지”…공정위, 시스템반도체 거래질서 개편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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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제조사 브로드컴의 '자사 제품 강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3일 브로드컴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하며, 특정 반도체 탑재 강요 등 배타적 계약관계 관행을 즉시 시정하도록 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국내 셋톱박스 등 IT 제조사들이 공급업체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기술 선택권을 제한받던 산업 구조에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업계는 “공급망 경쟁력과 중소사업자 상생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이제 거래상대방(예: 셋톱박스 업체)에 더이상 브로드컴의 시스템반도체(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거나, 타 경쟁사 제품을 쓰는 경우 기존 계약조건을 불리하게 바꾸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또한 시스템반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브로드컴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한다거나, 이 비율 준수와 연동한 가격 또는 비가격 혜택 제공, 혹은 불이익도 모두 금지된다. 거부 시 제품 배송중단, 혜택 철회 등도 일절 할 수 없다.

이번 시정합의(동의의결)에는 브로드컴이 준수내역을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CP(자율준수제도) 이행이 포함된다. 2031년까지 임직원 대상 공정거래법 교육을 매년 1회 시행하고, 그 결과를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동시에 브로드컴은 중소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안’도 제시했다. 주요 내용에는 반도체 전문가 양성 교육, 중소설계사 대상 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지원, 홍보 활동 지원 등이 담겼고, 총 약 130억원의 상생기금이 투입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독점 해소 요구가 계속돼 왔다. 유럽 집행위와 미국 연방거래위 역시 브로드컴의 유사행위를 동의의결로 다룬 바 있어, 한국 역시 글로벌 규준과 보조를 맞추는 셈이 됐다. 앞으로 국내 IT 제조사들은 시스템반도체 공급선 확보와 선택권에 더 넓은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에서는 대형 글로벌 공급업체가 하드웨어 의존도를 높이고, 중소사업자의 시장진입 기회와 설계·구매 다양성을 제한해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향후 브로드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한국 내 준수방안을 성실히 이행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공정위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배타적인 거래조건 관행을 시정하고, 중소사업자 지원이 병행되는 첫 사례”라며 “앞으로도 시장 내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동의의결이 실제 현장까지 안착될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다양성 확대와 국내 설계 생태계 발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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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공정위#시스템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