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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에서 보수 텃밭 무너졌다”…이재명 23년 만의 승리→민심 변화 불러
정치

“포천에서 보수 텃밭 무너졌다”…이재명 23년 만의 승리→민심 변화 불러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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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오랜 정치 지형에 균열이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전통적 보수의 상징이던 포천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앞서는 데 성공하며, 23년 만에 지역의 정치 풍경이 달라졌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보수의 무게감에 익숙한 시간과 단단히 얽힌 기억들을 조용히 덜어냈고, 선명해진 변화를 드러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포천지역 개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7.8퍼센트로 김문수 후보의 44.8퍼센트를 앞질렀다. 이곳은 여느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 후보가 우위를 지켜낸 토양이었다. 심지어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로 전국적으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압승을 거뒀지만, 포천은 보수의 뿌리를 쉽사리 바꾸지 않았다. 그 해 홍준표 후보가 30.7퍼센트로 문 후보(31.1퍼센트)와 불과 0.4퍼센트포인트 차이로 접전을 벌였고, 보수의 존재감은 굳건했다.

포천에서 보수 텃밭 무너졌다…이재명 23년 만의 승리→민심 변화 불러
포천에서 보수 텃밭 무너졌다…이재명 23년 만의 승리→민심 변화 불러

그러나 이번 21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이은 보궐선거라는 변화된 기류 속에서, 지역 민심의 흐름이 달라졌다. 연천과 가평을 제외한 경기북부 열 곳 중 여덟 곳을 이재명 후보가 가져가며, 포천을 비롯한 북부 경기권 전반에 새로운 바람이 감지됐다. 포천 국회의원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주도권을 쥔 가운데, 지역 정가 역시 이재명 후보의 승리 그 자체를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역 내에서는 그 원인에 대해 “보수 정치에 대한 실망이 컸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윤국 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은 이번 결과를 두고 “당파보다 실제로 일하는 정치인을 찾는 유권자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평했다.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온 인근 연천이 16대 대선 노무현 후보 선택 이후 계속 보수 성향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포천의 정치적 변화는 앞으로도 전국적 파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례 없는 선택의 파문이 담담히 지역을 감싸며, 여야 모두 세심한 전략 수정과 민심 분석에 돌입하는 모습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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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포천#김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