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내레이션, 냉전 터전 삼킨 절대 변수”…월드1945 핵의 광기→세계 운명 가른 결단
찬란한 여름밤, 김서형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1945년 역사의 기로에 이르렀다. 월드 1945에서 내레이터로 나선 김서형은 전쟁의 끝자락에서 태어난 새로운 공포, ‘핵’이라는 절대무기가 던진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잠시 찾아온 평화 뒤에 숨어 있던 두려움과 비밀, 그리고 인류의 운명을 뒤흔든 결단의 순간이 화면 가득 펼쳐졌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독일의 패망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일본과의 전투, 대통령이 교체된 미국에서 진행된 맨해튼 프로젝트,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 핵실험의 경악스러운 위력까지 긴장감 있게 스케치됐다.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 처음으로 ‘신의 무기’라는 극비 보고를 받고 무거운 책임을 떠안은 장면, 그리고 그 소식을 영국의 처칠과 소련의 스탈린에게 전할 때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세심하게 담겼다. 스탈린의 침착한 신호 뒤에는 이미 모든 진실을 내다본 또 다른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주목할 부분은, 아무리 철통 보안을 자랑했던 맨해튼 프로젝트일지라도 세계 패권을 둘러싼 긴 첩보전은 이미 운명처럼 시작됐다는 점이다. 회담장의 숨막히는 시선 교환과 은밀한 대화, 그리고 국가 수뇌부가 내려야 했던 선택 앞에서 냉전의 골목길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김서형의 해설은 그러한 혼돈의 시간을 고요하게 감싸며, 어둠과 빛 그 경계에서 역사의 길을 따라가게 했다.
제작진은 핵폭탄 개발 이면에 숨겨진 각국 지도자들의 내면적 갈등, 그리고 냉전 시대의 막을 올린 결정적 단초를 생생한 자료화면과 함께 조명했다. 무엇보다, 절대 변수로 불린 ‘핵’이 세계 질서를 새롭게 짜맞추는 순간마다 흐르던 불안과 결단의 공기가 압도적으로 전해졌다. 순간의 고요함, 그리고 터져 나온 섬광 너머로 새로운 세계가 서서히 굴절되는 느낌이 장면 장면마다 섬세하게 포착됐다.
‘죽음의 여정, 핵’ 편에선 실시간으로 벌어진 핵실험의 충격,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선 리더들의 선택이 세대와 공간을 넘어 여운을 안겼다. 절박한 결단과 냉정한 현실이 교차했던 1945년의 찰나, 인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역사의 함정과 마주했다. 그날의 잔상이 오늘에도 스산한 파문을 남긴다.
김서형의 깊은 목소리와 차분한 해설이 냉엄한 긴장과 인류적 고뇌를 아름답게 녹여낸 ‘KBS 1TV 특별기획 월드 1945 2부 죽음의 여정, 핵’은 17일 밤 9시 30분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