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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마약 카르텔 선제 무력화”…국정원, 200만명 투약분 대량 밀반입 시도 적발
정치

“신종마약 카르텔 선제 무력화”…국정원, 200만명 투약분 대량 밀반입 시도 적발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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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마약조직과 국가정보원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종 합성마약의 국내 밀반입 시도가 적발되면서, 국제조직의 침투 우려와 함께 한국 내 마약 범죄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마약 근절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정치권 논쟁도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국가정보원은 7월 8일, 국제범죄정보센터(TCIC)가 신종마약 에토미데이트를 섞은 액상 전자담배를 국내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싱가포르 국적의 총책 아이번(31) 등 조직원 네 명을 지난 6월 19일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은 말레이시아 마약범죄수사부(NCID)가 협력에 나서면서 성사됐다.

국정원 조사에 따르면, 해당 조직은 에토미데이트와 코카인을 혼합한 신종 액상 마약 제품을 매달 2만 개, 최대 200만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으로 국내 밀반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물은 합성마약 카트리지 4천958개, 즉 9.42리터와 전자담배 포장용 종이박스 3천여 개에 달한다. 시가는 약 23억원 규모다. 국정원은 “환각 효과와 중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토미데이트에 코카인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에토미데이트 성분은 지난해 ‘롤스로이스남’ 마약 투약 사건으로 국내에 등장했으나, 현재 국내에서는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할 수 없는 전신마취제이자 아직 마약류로 공식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불법 합성 에토미데이트 마약은 성분·함량이 불분명해 자칫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역시 올해 5월, 동남아 중심으로 케타민 등과 혼합 투약된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히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국제마약조직 총책 아이번은 서울 강남에 헤드헌팅 법인을 설립, 사업가로 위장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싱가포르 유학 경험이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수사기관에 걸리지 않는 마약”이라고 소개하며 국내 유통망 구축을 시도했다는 것이 국정원 측 전언이다. 국가정보원은 2023년부터 한국을 반복 방문한 아이번의 동선을 추적해 이번 작전을 준비했다.

 

국정원은 국내 유입시 국민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 판단, 즉각 국제범죄 담당 요원을 마약 유통 중간 경유지인 말레이시아로 급파했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국정원이 제공한 핵심 첩보에 따라 아이번을 포함한 조직원 4명을 체포했다.

 

정치권은 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신종마약류의 대량 유입 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정원은 “국제 마약카르텔을 해외에서 선제적으로 무력화한 첫 사례”라고 자평하며, 앞으로도 해외와 국내를 잇는 조직적 마약 범죄를 겨냥한 선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신종마약을 포함한 국제 마약조직의 침투를 막기 위한 법제도 개선과 해외 공조 수사 강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정치권도 마약류 관리기준 재정비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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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에토미데이트#국제마약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