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방송사로 간다”…엔씨AI-MBC, 미디어 혁신 이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 AI 자회사인 엔씨AI와 MBC는 최근 AI 기반의 차세대 미디어·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주관사로서, 엔씨AI는 54개 기업·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의 의미를 ‘AI·미디어 융합 가속화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엔씨AI가 공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용량 학습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미디어 작업 특화 기능을 제공한다. 독자 개발된 언어·음성·이미지 처리 엔진은 실시간 다국어 AI 더빙과 문화·문맥에 최적화된 번역을 가능하게 한다. 또 텍스트만 입력해도 고품질 3D 애니메이션이나 효과음을 생성하는 멀티모달 기술은 기존의 영상 제작 방식을 크게 단축하고 비용 절감 효과도 제공한다고 엔씨AI 측은 설명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콘텐츠의 창의성 제고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동시에 노린다는 점에서 기존 방송·미디어 AI 시스템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적용 분야는 K-드라마, 음악, 예능,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현장으로 확장 가능하다. 해외 방송사 및 OTT와의 실시간 다국어 송출, 문화권별 현지화 번역, 단가가 높은 3D CG나 효과음의 자동화 생성 등이 대표 사례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AI 활용으로 제작 효율을 높이고, 세계 시장 사용자의 요구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업체들의 기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NBC유니버설, 디즈니 등 대형 미디어 그룹이 AI 기반 콘텐츠 제작 자동화 및 언어 현지화에 투자 중이다. 그러나 전방위적 파운데이션 모델을 방송 제작 전체로 적용한 사례는 드물다. 이번 엔씨AI-MBC의 협업은 국내 첫 대형 방송사-IT기업 간 대규모 실증이라는 점에서 업계 내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책적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K-콘텐츠 글로벌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데이터 유통과 미디어 AI 기술의 합법적 확산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비식별화, 저작권, 윤리 검증 등 각종 규제도 맞춰가야 한다. 엔씨AI 컨소시엄은 이에 맞춘 기술 보완과 실증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실전 적용이 미디어 산업의 제작·유통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며 “K-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 정책, 산업의 3박자 연계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는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